[정희윤의 스포츠 비즈] 몸값거품 걷어야 구단 산다

  • 입력 2008년 12월 1일 09시 11분


프로야구 역대 최고 금액의 감독 계약, FA(프리에이전트) 선수 계약 기사가 스포츠 면을 장식하는 걸 보니 어김없이 스토브리그가 왔다.

여기에 ‘이번에는 감원 없이 경제난 넘는다’는 국내 10대 그룹의 방침 소식이 겹치면서 프로구단도 거기에 포함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제외됐다면 제일 먼저 칼바람을 맞을 곳인데 그런 기사가 날 리가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스트레스 받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게 스포츠 관람인데 내년에도 6000원에 몇시간 즐길 수 있는 볼거리가 없어지지는 않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다른 나라 구단처럼 자생력이 있다면 금융위기라도 조금 움츠리기만 하면 되지만 기업후원금 없으면 당장 문 닫아야 되는 게 국내 구단이니 팬들에게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4개 남자 프로종목 중 10대 그룹 계열사에 들어가는 20여개 구단은 그렇다 치고, 거기에 못 들어가는 기업에 속한 구단이나 시민구단은 어떻게 되지라는 우려는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신문 경제면에는 연일 도산 기사가 도배를 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사회봉사활동 예산도 줄이는 판에 돈 안 되는 ‘우승’에만 매달리는 구단 운영에 과연 예년처럼 지원이 가능할까.

요즘 세상 돌아가는 낌새를 보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맞다. 지원금 빼고 구단이 버는 돈으로는 선수 연봉의 30-70%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매서운 한파가 닥친 형국이다. 그렇다면 봄날이 올 때까지 버티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떠오르는 방안은 10년 전 J리그 선수처럼 구단이 망해 뛸 자리가 없어지는 것보다 적게 받고 리그를 살리는 게 낫다고 연봉을 자진 삭감해 구단을 돕는 방안인데 큰 돈에 익숙한 선수들이 과연 그 길을 택할 지는 의문이다. 한파가 오래간다면 피할 수 없는 외길 수순이지만….

그렇다면 후일을 기약하며 긴축재정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걷히겠지만 3단계로 부풀어 오른 선수 몸값 거품(그래픽 참고)을 걷어낼 필요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거품이란 배(국내 프로리그 수입)보다 배꼽(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이 더 크다는 거지 외국 리그 선수보다 국내 선수가 더 받는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국내 프로선수의 몸값 거품은 1차적으로 우승만 한다면 돈이 아무리 들어도 상관없다는 비즈니스모델에 있다.

처음에는 일부 부자구단이 전력보강을 위해 좋은 선수를 모으다 보니 몇 안 되는 우수선수 몸값이 올라갔다. 여러 등급의 선수들이 일단 한 팀에 섞이면 어느 정도 형평을 맞추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기량이 못한 선수들 몸값도 덩달아 올라가게 되어있다.

2차 요인은 보류제도가 약화되고 선수권리가 강화되는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우리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류제도 변화가 있었다는데 있다. 특히 국내리그 중 프로축구단 재정자립도가 낮은 이유는 입단 후 3년이면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제도 탓이 크다.

마지막으로는 전 구단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구단에서 선수연봉을 결정하는 과정에 감독 의견을 크게 반영하는 것도 거품 형성에 일조를 하고 있다. 감독이 좋은 선수를 탐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감독은 구단 재정보다 선수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실력이상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봄날은 오겠지만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면 또 제자리 걸음일 테니 이 참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매서운 겨울추위를 견뎌내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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