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를 즐기겠다.”
성남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 신태용(38)이 김학범 감독의 자진사퇴로 공석이 된 성남 일화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계약기간 2년이며, 당분간 공식 직함은 감독 대행. 신 감독대행은 1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역 때 이뤘던 위업을 사령탑으로서 재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즐겨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 감독대행은 내년 1월 지도자 1급 라이선스를 발급받기 때문에 시즌이 시작되는 3월 벤치에 앉는 데는 문제가 없다.
○왜 신태용인가
당연한 선택이었다. 신 감독은 1992년 성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 13시즌 동안 성남에서 뛴 ‘골수’ 성남맨이다. 신인왕은 물론 96년 18골(24경기)로 득점왕에 올랐으며 K리그 최우수선수에 두 차례나 선정되는 등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다. 그는 401경기에 출장, 99골-68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5년 성남과 재계약에 실패, 호주 퀸즈랜드 로어에 입단했으나 발목 부상으로 은퇴했다.
성남은 지난 20년 간 한 번도 ‘프랜차이즈’ 선수 출신을 사령탑에 앉힌 적이 없다. 박종환-이장수-르네-차경복-김학범 감독 등 성남을 지휘한 선장들은 모두 타 팀에서 현역 생활을 했다. 성남은 김학범 감독 후임을 놓고 고민하다 지난 달 29일 신 감독에게 의사를 타진했고, 본인의 수락까지 얻어냈다.
박규남 성남 사장은 “신 감독대행은 13년 동안 성남 선수로 팀에 헌신했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성남을 대표해온 스타를 뒤늦게나마 감독으로 예우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 다른 팀 지도자들에 비해 젊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산적한 과제는 어떻게 풀까
올 시즌 성남은 정규리그 3위에 올랐지만 아시아챔스리그 티켓을 놓치는 등 정작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실패한 세대교체 ▲무의미한 선수 영입 등 여러 가지 숙제들만 남겼을 뿐이다. 성남이 후반기 하락세에 이어 전북에 져 6강 PO에서 탈락하자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성남은 무너진 팀을 추스르고, 재도약의 발판을 다진다는 의미에서 신 감독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 감독은 벤치와 선수단의 거리감을 좁히고, 세대교체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적임자라는 평가다. 신 감독은 “시즌 말미 성남의 경기력에 실망했다.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동감한다. 선수단 데이터를 보고 철저히 분석한 뒤 개편 작업을 하겠다”고 혁신을 예고했다.
아울러 선수단 개편과 함께 코칭스태프 구성 작업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먼저 코치진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전제한 그는 “현역 생활을 함께 한 김도훈 코치와 차상광 GK코치와는 계속 가고 싶다. 김학범 전임 감독께도 조언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 대행 프로필
▲생년월일=1970년10월11일
▲학력 및 프로구단=영해초-경북사대 부속중-대구공고-영남대-성남 일화
▲K리그 기록=401경기 99골 68도움
▲A매치 기록=21경기 3골
▲수상 경력=K리그 MVP(1995, 2001) K리그 득점상(1996) K리그 베스트11(1992-1994, 2000-2003) K리그 신인상(1992)
성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 |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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