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 차 ‘亞정복 꿈’ 15년간의 질주

  • 입력 2008년 12월 2일 08시 52분


1994년 2월의 일이니까, 벌써 15년이 지난 얘기네요. 당시 차범근 감독의 울산 현대는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대만 등으로 전지훈련을 떠났습니다. 기자로는 유일하게 동행하면서 ‘차붐’의 축구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홍콩 도착 첫 날 공항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아시아 최고 스타의 방문에 홍콩 언론이 난리난 것이지요. 홍콩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장 많은 질문은 “아시아 축구가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였습니다. 낙후된 아시아가 유럽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선진축구를 경험한 차붐에게 구했던 것이지요. 차붐의 답은 명료했습니다. “대표팀도 중요하지만, 리그 수준이 더 중요하다. 아시아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리그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덧붙였습니다. “프로 감독으로서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 이 발언의 무게는 엄청났던 모양입니다. 일간지 1면에 차붐의 사진과 기사가 실렸으니까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차붐은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수원 사령탑으로서 2004년 K리그 정상에 오른 후 2005년 AFC 챔스리그에 도전했지만, 선전(중국)에 밀려 예선 탈락했습니다. 벼르고 벼른 대회였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습니다.

이런 아픔 탓인지 올 해 정규리그 1위를 한 후에는 아시아 정복에 대한 꿈을 숨기지 않더군요. “AFC챔스리그 진출을 늘 희망해왔다”면서 아시아 정상을 꼭 밟겠다는 각오까지 털어 놓았습니다. 물론 아시아 뿐 이겠습니까. 프로 감독이라면 누구나 세계클럽 제패를 꿈꾸지 않겠습니까.

AFC챔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한 차붐은 정규리그 1위가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K리그 운영상 FC서울과 갖는 챔피언결정전이 남아있습니다. 차붐으로서는 컵 대회에 이어 ‘더블’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이고, 한국 최고 감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승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든 한번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차근차근, 그래서 K리그 우승이 중요합니다. 아시아 리그의 발전을 역설했고, 정상에 서고 싶다는 꿈을 숨기지 않던 차붐이 15년이 지난 지금 그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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