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질문은 “아시아 축구가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였습니다. 낙후된 아시아가 유럽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선진축구를 경험한 차붐에게 구했던 것이지요. 차붐의 답은 명료했습니다. “대표팀도 중요하지만, 리그 수준이 더 중요하다. 아시아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리그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덧붙였습니다. “프로 감독으로서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 이 발언의 무게는 엄청났던 모양입니다. 일간지 1면에 차붐의 사진과 기사가 실렸으니까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차붐은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수원 사령탑으로서 2004년 K리그 정상에 오른 후 2005년 AFC 챔스리그에 도전했지만, 선전(중국)에 밀려 예선 탈락했습니다. 벼르고 벼른 대회였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습니다.
이런 아픔 탓인지 올 해 정규리그 1위를 한 후에는 아시아 정복에 대한 꿈을 숨기지 않더군요. “AFC챔스리그 진출을 늘 희망해왔다”면서 아시아 정상을 꼭 밟겠다는 각오까지 털어 놓았습니다. 물론 아시아 뿐 이겠습니까. 프로 감독이라면 누구나 세계클럽 제패를 꿈꾸지 않겠습니까.
AFC챔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한 차붐은 정규리그 1위가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K리그 운영상 FC서울과 갖는 챔피언결정전이 남아있습니다. 차붐으로서는 컵 대회에 이어 ‘더블’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이고, 한국 최고 감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승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든 한번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차근차근, 그래서 K리그 우승이 중요합니다. 아시아 리그의 발전을 역설했고, 정상에 서고 싶다는 꿈을 숨기지 않던 차붐이 15년이 지난 지금 그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