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S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언급했던 일종의 대학풋볼 포스트시즌이다. 시청률은 NFL 결승전 슈퍼볼 다음이다. 현재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지상파 FOX사는 ESPN의 물량공세에 밀려 계약연장에 실패했다. FOX는 4억달러를 제시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와의 중계권료 경쟁에서 졌다는 점은 향후 미국 스포츠 방송사에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지상파의 스포츠 중계권 경쟁에 케이블TV가 감히 도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케이블 ESPN은 스포츠의 공룡이 돼버렸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ESPN 방송사의 슬로건은 ‘스포츠의 세계적 리더다(The Worldwide leader in sports.)’
○스포츠의 공룡
미국에서 ESPN은 곧 스포츠를 의미한다. 국내에서 흔히 콘텐츠를 거론한다. 콘텐츠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ESPN이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SPN처럼 스포츠의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송사도 없다. 지상파는 한계가 있고, 메이저 종목의 중계권료는 천문학적 액수다. 스포츠 방송의 핵심은 콘텐츠 확보다. 국내 스포츠 방송이 큰 어려움을 겪는게 바로 콘텐츠 확보다.
ESPN에서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풋볼, 야구, 농구, 골프, 축구, 나스카, 볼링 심지어 배스 낚시 등 채널을 돌리면 모든 스포츠를 시청할 수 있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축구의 최고봉 챔피언스리그도 ESPN이 중계한다. 대학풋볼 BCS 외에도 최근 메이저 골프 브리티시오픈을 2010년부터 34시간 동안 생중계 방송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스터스와 US오픈도 1,2라운드는 ESPN이 이미 중계권을 확보해 방송하고 있다. 이쯤되면 ESPN은 스포츠의 공룡이나 다름없다.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구단마다 ESPN의 중계편성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NBA도 마찬가지다.
ESPN은 스포츠의 CNN을 지향하고 있다. 24시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포츠 중계와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스포츠 뉴스의 24시간 보도가 바로 CNN을 흉내낸 시도다. 중계를 시청하지 못하고 게임을 놓쳤을 때 ESPNEWS 채널에 고정하면 결과를 곧바로 알 수 있다. 스포츠 광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채널이다.
ESPN의 간판 프로그램 ‘스포츠센터’는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누어 60분, 90분짜리 스포츠 뉴스를 반복해서 방영한다. 2009년 1월부터는 LA 스튜디오에서 서부시간에 맞는 뉴스를 제공한다.
○출발은 미미했지만
ESPN은 1979년 9월 코네티컷 주 브리스톨에서 출범했다. 브리스톨 시가 세금을 면제해줘 현재도 메인 방송사는 이곳에 그대로 있다. 처음에는 방송사의 재정도 취약해 인기없는 종목의 중계로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곧바로 사라질 방송국 정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1982년 NBA의 케이블 파트너로 영역을 넓히면서 ESPN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채널 하나로 출범한 ESPN은 현재 ESPN2(처음에는 낚시, 세계에서 가장 힘센 사나이 고르기 등 비인기 종목이 주요 프로그램이었음),ESPNEWS(24시간 스포츠 결과 보도), ESPN CLASSIC(무하마드 알리-소니 리스턴전 등 옛날 경기), ESPNU(대학스포츠), ESPN Deportes(히스패닉어) 등 기본 채널만 6개로 늘었다. 이밖에도 ESPN 인터내셔널, ESPN 브라질 등 자매방송도 전 세계에 영역을 뻗히고 있다.
ESPN은 대학풋볼과 대학농구 시즌 때는 ESPN, ESPN2, ESPN CLASSIC 등 3개 채널에서 각각 다른 게임을 중계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풋볼계절에는 토요일 하루에만 10경기 정도를 생중계한다. 광범위한 네트워킹이 상상을 초월한다.
아울러 ESPN은 스포츠의 고수를 다 끌어 모으고 있다. 분야별로 최고의 스태프진이 다양하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현장을 오랫동안 취재한 기자들의 분석 프로그램이 많다는 게 ESPN의 또하나 특징이다. 국내 스포츠 프로그램과 뉴스에서 가장 취약한 게 분석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케이블 방송사가 유능한 해설자와 취재기자 등을 영입하기 힘들다. 미국의 케이블 방송국은 다르다. 실력있고, 유능한 스태프를 확보해 지상파와 당당히 경쟁을 벌인다.
ESPN은 종목별로 해설자와 전문기자군이 10명 이상 된다. 다른 방송사에서 심층적인 취재와 분석으로 ESPN과 경쟁하기는 아예 어렵다.
○스포츠의 지상파 시대 저무나
이번 ESPN의 BCS 중계권 계약은 미국 스포츠 메이저 종목의 결승전이 사상 처음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채널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2011년 대학풋볼을 보려는 팬들은 무조건 케이블을 설치해야 된다. ESPN은 케이블 채널의 기본 사양이다. BCS측이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팬들의 비난에 BCS 코디네이터 존 스워포드는 “현재 미국에는 9800만 가구가 ESPN을 수신하고 있다. 이 수치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며 ESPN 선택에 큰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상파와 케이블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사실 ESPN으로서는 4년 동안 FOX-TV보다 1억달러나 많은 중계권료를 지불하지만 손해볼 것은 없다. FOX는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ESPN은 광고수입외에 케이블회사로부터 일종의 시청료를 받는다. 케이블 TV 가운데 ESPN이 가장 비싸게 시청료를 분배받는다.
지상파 시대가 스포츠 이벤트에서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게 미국의 추세다.
LA |문상열 통신원
[스포츠 인 아메리카] ‘이변 속출’ NBA 초반 판도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