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울 챔프전 토크배틀…본지기자 실전같은 설전

  • 입력 2008년 12월 3일 08시 29분


‘두 神’ 한방 무섭죠? ‘삼용이’ 맛 좀 봐라!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2008 K리그 챔피언 결정 1차전이 3일 열리는 가운데 경기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K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손꼽히는 양 팀의 맞대결인 까닭에 선수나 구단은 물론 팬들도 승부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원 담당 윤태석 기자와 서울 담당 최용석 기자 또한 각기 다른 예상을 내놓는 등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담당기자의 ‘토크 배틀’을 공개한다.

○라이벌전

최용석(이하 최): 이번 챔프 결정전은 라이벌 서울과 수원전이어서 팬들의 관심도 높고, 좋은 경기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 돼.

윤태석(이하 윤): 라이벌이라뇨? 이천수가 했던 말 기억 안 나요? ‘서울이 언제부터 명문이었냐, 수원 팬들이나 선수들은 라이벌로 여기지 않는다’라고 했거든요.

최: 근데 참 이상하지. 수원은 라이벌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서울전을 앞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면 충격도 몇 배 크다며. 항상 말만 앞서.

윤: 지고 나서 기분 좋은 사람 있나요? 수원은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 0-1로 졌지만 곧바로 다음 경기에서 전남을 3-0으로 셧아웃시켰어요. 패배의 충격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경험 VS 패기

윤: 서울이 연고지 이전하고 나서 리그 결승에 오른 적이 한번이라도 있나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 법이죠. 안 먹다 먹으면 체해요.

최: 넌 태어날 때부터 글을 읽고 썼냐? 다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하는 법이지. 서울의 어린 선수들은 지난 2년간 꾸준하게 K리그를 뛰면서 어느덧 대표선수로 성장했어. 이제 그들에게 기회가 온 것뿐이야.

윤: 좋은 지적 하셨네요. 서울이 올해는 챔프전 경험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아요.

최: 수원이 지난 2년간 플레이오프에서 계속 졌지. 3년 연속 우승 문턱에서 넘어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창 VS 창

윤: 데얀이 어느 리그에서 뛰었죠? 잘 기억도 안 나네. 에두는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으로 몇 안 되는 빅리그 출신 용병이에요. 최고 용병 에두가 수원을 정상에 올려놓을 겁니다.

최: 소문을 듣자하니 수원의 국내 공격수들이 줄부상이라지. 에두 혼자의 힘으로 될까. 플레이오프전 봤지. 데얀, 정조국, 김은중, 심지어 군에서 갓 제대한 김승용까지 골을 넣었어. 이번 챔피언 결정1차전 경기에는 이청용도 가세한다고. 무섭지?

윤: 수원에 에두만 있나요? 몸싸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신영록,물오른 배기종도 있거든요. 수원 선수들은 서울-울산전을 봤는데 두려워할 전력이 아니라고 하던데.

최: 한번 막아보라고 그래. 울산 수비가 약한가. 울산 수비도 서울 앞에서는 모래성처럼 무너지던데. 수원도 수비가 좋지만 한 3알 먹을 각오는 하고 나와야 할 걸.

윤: 울산전에서 정조국이 넣은 골은 주워 먹은 거나 다름없죠. 그 상황에서 오른발로 강슛을 때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조국은 세게 차면 2골을 주는 줄 알았나 봐.

○선제골

최: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긴데. 수원은 뒷심이 약해. 선제골 못 넣으면 대부분 경기를 놓치더라고. 선제골을 빼앗기면 4무7패던데. 서울은 선제골 못 넣고도 5승2무6패라고.

윤: 선배는 숲을 못보고 나무만 보시는군요. 선제골을 넣었을 경우에는 24번 싸워 다 이겼어요. 축구에서 선제골의 중요성을 잘 아시죠. 상대보다 앞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점이 수원의 저력이죠. 수원이 컵 대회 우승과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비결이 바로 선제골이거든요.

최: 한국 축구 문제점이 뭔지 알지? 한골 먹으면 와르르 무너진다는 것. 하지만 서울은 달라. 1-2골 정도는 먼저 실점해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서울의 힘이지.

윤: 기록에 무지 집착하시네요. 축구 직접 해보셨잖아요. 어디 축구가 기록의 경기인가요? 실력에서 떨어지니 기록이라도 챙겨볼 셈이에요?

○관중과 승패

최: 축구에서도 기록과 통계가 다 밑바탕이 되는 거라고. 축구가 의외성이 많긴 하지만 통계를 무시할 순 없어. 잘 봐봐.

윤: 말씀 잘 하셨네요. 귀네슈 감독은 항상 팬을 위한 축구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4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 찬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매번 졌던데.

최: 그것 인정. 하지만 그랑블루와 수원 팬들 앞에서 잘 하겠다던 수원. 이번 시즌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모두 0-1로 졌지. 한 골도 못 넣고 말이야. 체면을 완전 구겼지. 이번 경기 결과 놓고 내기 한번 할까. 하여간 서울이 승리하는데 난 5만원 걸겠어.

윤: 그렇게 자신 있으면 더 걸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난 10만원.

최: 경기 끝나고 누구 주머니에서 돈 나오나 보자고. 콜!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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