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멸투가 된 ‘하승진의 자유투’

  • 입력 2008년 12월 3일 08시 49분


연장 혈투끝 KCC에 2점차 역전 드라마

“우리는 뭐 차포 다 떼고 장기 두는 거죠.”

2일, 2008-2009 동부프로미 프로농구 창원 LG와 전주 KCC의 경기가 펼쳐진 창원실내체육관. LG 강을준(43) 감독은 주포 현주엽(33)과 조상현(32)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황을 “차랑 포 다 떼고 장기 두는 것과 같다”고 요약했다. 강 감독의 복안은 일명 ‘간덩이 부은 선수들’의 투입. 경기 전 미팅에서 몇몇 선수들의 “눈빛을 읽었다”면서 “현주엽 백업 멤버들의 활약 여부가 승패를 가늠할 것”이라고 했다.

“속공에 대한 대비책이요? 우리는 뭐 큰 선수 5명 다 넣어서 철저하게 느리게 하는 거죠.”

이에 반해 KCC 허재(43) 감독은 ‘내 스타일대로’를 선언했다. 3쿼터까지 LG의 속공은 5개. KCC는 단 한 개의 속공 플레이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KCC에는 한국남자프로농구 최고의 장대 군단이 있었다. 3쿼터까지 현주엽의 빈자리가 커보였다. 1명의 외국인 선수가 출전해야 하는 2,3쿼터에서 KCC 서장훈(34)은 LG의 골밑을 유린했다.

4쿼터시작 전까지는 60-56, KCC의 리드. 하지만 4쿼터 막판, LG선수들의 간은 배 밖으로 나왔다. 신인 기승호, 이지운(이상 23)의 과감한 3점포로 추격전을 개시한 LG는 종료 2초전 이현민의 자유투 2개로 81-81 동점을 만들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LG는 이현민이 연장전 1분 24초 만에 3점포를 꽂으며 84-81로 앞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 했지만 역시 KCC의 장대 숲은 역시 높았다. 서장훈이 집요하게 골밑을 공략하며 동점을 만들었고, 칼 미첼이 역전3점포까지 터트려 무게중심은 KCC쪽으로 쏠리는 듯 했다.

여기서 LG는 장대군단의 아킬레스건을 발견했다. 하승진이 자유투 4개를 연달아 실패하며, LG는 역전기회를 맞았고, 이현민이 30초를 남기고 브랜드 크럼프에게 멋진 골밑 패스를 연결시키며 88-88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LG는 종료 2초전 이현민의 어시스트를 클럼프가 극적인 골밑슛으로 연결하며 90-88로 신승을 거뒀다. 강을준 감독은 두 손을 번쩍들어 승리를 자축했고, 창원실내체육관은 온통 LG의 붉은 물결이었다. 4연승을 이어간 LG는 8승6패로 KCC와 공동 4위에 올랐다. 2연속경기 연장전 승리.

창원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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