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을 제치고 덩크슛을 꽂는 거인이지만 자유투 라인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KCC 하승진(222cm·사진)은 2일 LG와의 경기에서 자유투 4개를 쐈다. 모두 연장에서 상대 파울 작전으로 얻은 천금의 기회. 하지만 다 놓쳤다. 한 개는 림도 못 맞혔다. 팀은 졌고 개막 전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하승진은 3일 현재 14경기에 출전해 자유투 42개를 얻었다. 그중 림을 통과한 공은 11개밖에 안 된다. 성공률이 고작 26.2%다. 그의 2점 슛 성공률은 66.2%다.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괜찮은 슈터의 기준으로 2점슛 성공률은 50%, 3점슛은 40%, 자유투는 80%를 꼽는다. 3부문을 합쳐 170이 넘으면 전천후 슈터라고 할 수 있다.
하승진은 슈터는 아니지만 30%도 안 되는 자유투 성공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형편없는 자유투로 상대 팀으로부터 ‘해크 어 샤크(Hack-A-Shaq)’라는 파울 작전의 표적이 된 ‘공룡 센터’ 샤킬 오닐(피닉스 선스)의 올 시즌 자유투 성공률은 54.8%다.
부진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키가 큰 것도, 손이 큰 것도 그 이유다. 림이 눈높이로 보여 공을 직선으로 던지고, 농구공이 핸드볼 공처럼 느껴져 힘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하승진보다 키가 7cm나 큰 야오밍(휴스턴 로키츠)의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82.8%, 손이 크기로 유명했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은 83.5%다. 하승진 본인도 “연습 때는 70% 이상 넣는다”고 말한다.
김태일 Xports 해설위원은 “정신적인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 못 넣을수록 주눅이 들고 겁이 나 더 못 넣게 된다. 하승진은 한국 농구 전체가 공유할 자원이다. 질책하기보다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주위에서 격려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