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 봐도 척척’이라는 표현이 있다.
아무래도 이 표현은 이 두 선수를 두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프로배구 대한항공은 개막전 이래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진준택이라는 새 감독과 요스네이더 칼라라는 걸출한 외국인 용병, ‘늦깎이 스타’ 김학민의 힘이 크다.
이들과 함께 지금은 조연 역할이지만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프로 2년차 두 명이 있기에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은 가능한 일이었다. 세터 한선수(23)와 센터 진상헌(22).
두 선수는 한양대 출신으로 호흡을 맞춰 온 지 벌써 5년째. 프로에 와서는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고 대화를 가장 많이 할 정도로 친한 선후배 사이다.
경기 중에는 다른 선수와 많은 대화를 하는 한선수도 진상헌에게는 말보다 눈빛을 주로 보낸다. 그만큼 호흡을 맞추는 데 자신이 있다는 것. 실제로 한선수의 토스를 받고 진상헌의 속공이 성공할 때 둘은 누구보다 기뻐한다.
한선수는 지난 시즌 17경기에 출전해 경험을 쌓았다.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도 뛰었다. 올해는 시즌 첫 경기부터 주전 자리를 당당히 꿰차고 있다. 지난 시즌 세트(공격할 수 있도록 세터가 공을 토스하는 것) 성공률이 세트당 10.53개였지만 올해는 세트당 12.42개로 대학 선배인 삼성화재 최태웅(11.35개)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진상헌의 기량도 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교체선수로 나와 84점에 그쳤지만 올 시즌에는 당당하게 주전 선수로 나와 벌써 28점을 올렸다. 3일 삼성화재전에서는 시즌 첫 두 자릿수(10점) 득점도 기록했다.
이들은 하마터면 대한항공에서 뛰지 못할 뻔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대한항공은 진상헌을 1라운드, 한선수를 2라운드에서 지명했다. 삼성화재가 먼저 국가대표 세터 유광우를 뽑는 바람에 이루어진 지명이었다. 진상헌은 “한 선배와는 대학시절부터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서로 믿음이 커서 공을 많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 감독은 “대한항공 2년차들은 앞으로 팀의 미래를 이끌고 갈 선수들이다.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