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 10여 명이 억대의 인터넷 도박을 벌인 혐의로 검찰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일부 선수에 한정된 것이지만 이들로 인해 프로야구 전체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선수들은 왜 도박에 빠지게 될까.
우선 프로야구의 특성상 원정 경기가 많다는 점이다. 다른 프로 스포츠는 당일 경기를 치르고 곧바로 이동하지만 프로야구는 3연전 스케줄이다. 한번 원정을 가면 장기간 호텔생활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무료함을 달랠 ‘거리’를 찾게 된다.
선수들의 취미가 다양하지 못한 것도 이유다.
야구경기가 대부분 심야에 끝나기 때문에 밖에서 절친한 지인들을 만나기도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선수들끼리 호텔 방에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하거나 혼자 독서를 하다 잠이 드는 선수가 많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반복되는 생활에 지루함을 느낀다. 늦은 밤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시대의 변화상을 들 수 있다. 최근 선수들은 원정경기 때 대부분 노트북 컴퓨터가 필수 지참품목이 됐다. 물론 기사 검색이나 미니홈피 관리를 하는 선수들이 많다. 인터넷 게임을 하더라도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젊은 선수들은 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을 한다. 그러나 인터넷 도박에 빠진 선수에게 노트북은 쉽게 도박판으로 인도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게다가 프로야구 선수들은 거의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 전염되기 쉽다. 선수들끼리 불법 도박 사이트의 주소나 게임 방법을 공유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도박에 전혀 관심 없던 선수도 친한 선수가 인터넷 도박을 하는 모습을 보고 검은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절대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야구라는 종목 자체의 특성도 도박과 유사성이 있다. 야구는 경기를 치르면서 상대와 수많은 수싸움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야구인 중에 ‘고스톱의 달인’들이 다른 종목에 비해 유난히 많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숙소 방에 선수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고스톱이나 포커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동료선수들끼리 심심풀이로 도박을 하기 때문에 도박판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 도박은 얼굴을 알지 못하는 상대와 사이버 공간에서 판을 벌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다. 스스로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본전 생각에 판돈이 점점 커지게 된다.
과거에는 음주와 여자 문제에 연루되는 사례가 많아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의 골치를 아프게 했지만 최근에는 선수들이 몸관리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음주 문제는 옛날 얘기가 됐다. 대신 최근에는 인터넷과 게임 중독 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코칭스태프나 구단직원들이 이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아 통제를 하기도 어렵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