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원해왔던 변화다. 고3 때 45번을 달았던 이용찬은 사실 고2 때까지 달았던 27번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27번은 이미 선배 김명제의 차지. 대신 45번의 임자였던 구자운이 팀을 떠나자 냉큼 새 번호를 받아들었다. 그러자 이원재도 덩달아 덕을 봤다. 중앙고 재학 시절 달았던 11번을 입단 때 이용찬에게 뺏겼던 이원재는 번호가 비자마자 얼른 변경을 요청했다. 둘은 그렇게 나란히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11번은 투수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번호. 이용찬이 그 번호를 버린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선배 노경은이 11번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은데다 이용찬도 입단 첫 해부터 수술대에 오르자 슬금슬금 ‘수술 번호’라는 소문이 퍼졌던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전해들은 이원재는 당황할 수밖에.
“내가 버린 번호나 다름없다. 원재도 이제 수술할 지도 모른다”고 놀리는 이용찬을 향해 이원재는 당당하게 “내게는 11번이 행운의 번호가 될 것”이라고 맞섰다. 그래도 달라진 낯빛만은 숨기지 못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