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리스트들이 모임을 만들고 ‘평생선행’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선수들의 인터넷 불법도박 혐의 등으로 뒤숭한 가운데 모처럼 야구계가 전해주는 희소식이다.
‘9전전승 신화’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이미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 태극전사들은 단발성 기부로 끝내는 자선행사가 아니라 매월 회비를 거둬 기금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기로 이미 뜻을 모았다. 조만간 송년회 겸 첫 모임을 열고 친목도모와 활동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이 모임에는 베이징올림픽 당시 주장을 맡은 진갑용(34·삼성)을 중심으로 올림픽 엔트리에 오른 24명의 선수들이 모두 포함된다. 유일한 해외파였던 이승엽(32·요미우리)도 당연히 회원으로 참가한다. 또 선수들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자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김광수 조계현 김기태 코치 등 코칭스태프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진갑용은 5일 “시즌 중에 선수들과 뜻있는 모임을 만들자고 조금씩 얘기를 나눠왔다. 각 구단 마무리훈련도 모두 마감돼 12월이 적기라고 판단했다. 앞으로 매년 연말에 한번씩 모임을 열 계획이다.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기까지 수고하신 분들도 원하시면 회원으로 모실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1인당 매월 10만원씩 회비를 내기로 했다. 금메달리스트 중에 고액연봉선수도 있지만 저연봉 선수도 있어 일단 공평하게 10만원씩 갹출하기로 했다. 1인당 연간 120만원 규모인데, 선수 24명과 코칭스태프 4명 등 엔트리에 포함된 총 28명이 이처럼 회비를 내놓을 경우 연간 3360만원이 마련된다. 여기에다 자발적 기부자까지 더해질 경우 금액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올림픽 전사들은 일시적으로 목돈을 모아 사회에 기부할 계획도 생각했지만 적은 금액이라도 십시일반으로 모은 회비로 평생기부를 선택했다.
진갑용은 “회비의 용처는 첫 모임에서 정할 계획이다. 모인 회비를 매년 사용할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모아 기금을 마련할지 정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유소년야구 발전기금이나 불우이웃돕기성금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계획을 세워놓고 실행단계에 들어갈 순간에 선수들의 불법 도박 파문이 발생해 고민스럽다. 당초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즈음해 지방선수들이 서울에 올라올 때 모일 계획이었지만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일정을 잡아보겠다. 그렇더라도 다들 뜻을 모았으니 한번 모여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모임 결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태극전사들의 선행 계획은 경제한파 등으로 유난히 추운 세밑을 훈훈하게 달굴 전망이다. 올림픽 금메달의 감동과 여운이 또다시 전해지고 있다.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