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애, 홀인원 3회…외제차만 3대 받아

  • 입력 2008년 12월 6일 08시 57분


골프에서 홀인원은 로또나 다름없다.

일확천금의 행운까지는 아니어도 평생 잊지 못할 감동과 짜릿함에, 추가로 짭짤한 부상도 뒤따라 골퍼들에게는 로또에 버금가는 횡재로 여겨진다.

홀인원의 행운은 보이는 것 말고도 뒤이어 따라오는 진짜 행운이 따로 있다. 그래서 골프들 사이에선 “홀인원을 기록하면 3년 동안 행운이 찾아온다”는 말이 나돈다.

2008년 홀인원으로 최대의 행운을 누린 골퍼는 신지애다. 신지애는 올 시즌 총 세 차례 홀인원을 기록했다.

2월 남아공에서 열린 여자골프월드컵과 5월 일본 살롱파스컵 연습라운드에서도 기록한 홀인원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두 번의 홀인원 이후 신지애는 일본에서 1승, 유럽에서 1승, 한국에서 5승을 따냈다.

진짜 대박은 10월에 터졌다. 경기 여주 블루헤런골프장에서 열린 하이트컵 2라운드 16번홀에서 티샷을 곧바로 홀 안으로 떨어뜨리는 퍼펙트 홀인원을 작렬시키며 부상으로 4000만원이 넘는 BMW 승용차를 받았다.

행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11월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 ADT챔피언십에서 1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되는 초대박을 터뜨렸다.

올 초 아우디 승용차를 구입해 타고 다닌 신지애는 홀인원의 행운을 계속 간직하기 위해 아우디 대신 부상으로 탄 BMW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속설대로라면 신지애에게는 최소 2년 더 행운이 뒤따라야 한다.

박원미도 홀인원 한방으로 대박의 주인공이 됐다.

9월 경기 이천 자유골프장에서 열린 신세계배 KLPGA선수권 3라운드 13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BMW 650i 승용차를 받았다. 시가 1억6000만원이 넘는다. 2002년 프로가 된 박원미는 지금까지 받은 상금 총액이 1억2000여만원 불과한데 이날 홀인원으로 그 보다 비싼 차를 받았으니 대박 중에서도 왕대박이다.

아마추어 골퍼 정해돈 씨도 홀인원으로 외제 승용차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5월 춘천 라데나골프장에서 열린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프로암 경기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혼다 어코드를 부상으로 받았다.

6000만원의 거금을 손에 넣은 주인공도 있었다. 지난 2000년 5월 경기 용인 코리아골프장에서 모 주간 신문사가 1억원의 상금을 내걸고 주최한 홀인원 골프대회 도중 곽세근 씨는 11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상금 6000만원을 손에 넣었다.

국내 골프 사상 홀인원 상금 중 가장 큰 액수다.

한번도 모자라 몇 번씩 홀인원을 기록한 일도 있다. 지난 9월 전북 무주골프장에서는 대한전선의 양귀애 회장이 2주일 동안 홀인원을 두 차례 기록해 부러움을 샀다.

온 가족 모두가 같은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달성하는 진기록도 나왔다. 강원 삼척의 파인밸리 골프장에서는 6월부터 10월까지 아들(장우영), 엄마(장재숙), 아빠(장경호) 순으로 홀인원을 기록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골프장에서는 온 가족 홀인원을 기념해 200만원의 특별상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홀인원의 행운에도 때와 장소가 있다.

홀인원으로 거액의 상금과 외제 승용차를 받는 골퍼가 있는 반면 강수연은 ADT캡스챔피언십과 웨그먼스LPGA 대회에서 두 차례나 홀인원을 기록했지만 상품 없이 기분만 냈다.

박세리도 8월 CN캐나디언여자오픈에서 자신의 첫 공식경기 홀인원을 달성했지만 기록에 의미를 둬야 했다.

홀인원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행운이 따라야 한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홀인원의 확률은 프로는 3500분의1, 아마추어는 1만2600분의 1로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그런 홀인원을 골퍼들은 평생 동안 한번 할까 말까한데 몇 번씩 기록한다면 행운일까. 실력일까?

주영로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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