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축하 눈꽃’… 땅위엔 수원 찬가

  • 입력 2008년 12월 8일 03시 03분


활짝 핀 우승꿈수원 삼성 선수들이 7일 홈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FC 서울을 2-1로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종이 꽃가루가 날리는 가운데 우승트로피를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활짝 핀 우승꿈
수원 삼성 선수들이 7일 홈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FC 서울을 2-1로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종이 꽃가루가 날리는 가운데 우승트로피를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삼성을 4년 만에 K리그 정상으로 이끈 차범근 감독이 우승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삼성을 4년 만에 K리그 정상으로 이끈 차범근 감독이 우승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수원, K리그 챔프2차전 서울 2-1 제압… 통산 4번째 패권

용병 에두 선제골-페널티킥 유도… 컵대회 이어 천하통일

경기 시작 직전 멈췄던 눈은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하얀 눈발이 쏟아지자 3만여 수원 삼성 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목청껏 “수원 삼성”을 외치며 ‘승리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우승 티셔츠를 입고 챔피언 플래카드를 든 채 경기장을 돌며 팬들과 우승의 기쁨을 함께했다. 경기장엔 ‘우리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이란 노래가 흘러나왔다.

2008년 프로축구 K리그의 우승컵은 수원의 품에 안겼다.

수원은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하우젠 K리그 2008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송종국의 결승골로 FC 서울을 2-1로 따돌렸다. 이로써 수원은 1차전(1-1) 무승부에 이어 1승 1무로 챔피언에 올라 우승상금 3억 원을 거머쥐게 됐다. 수원은 2004년에 이어 4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통산 네 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답게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가 이어졌고 4만1044명의 관중은 열광했다. 이날 경기는 시작 휘슬을 알리는 순간부터 수원에 유리하게 전개됐다. 미드필드부터의 압박에 서울보다는 수원 선수들의 발 앞에 공이 자주 연결됐다. 또 송종국과 조원희가 지휘하는 수원의 미드필드진, 그리고 에두, 서동현, 배기종이 선 공격라인이 서울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서울은 기성용과 이청용 등 ‘영건’을 미드필드에 세우고 데얀과 정조국을 투톱으로 내세워 맞섰지만 이렇다 할 골 기회를 잡지 못했다.

수원은 전반 11분 혼전 중 서울 최원권이 걷어낸 볼을 에두가 골지역 오른쪽에서 잡아 오른쪽 골네트를 가르는 선제골을 넣었다. 수원은 전반 25분 골키퍼 이운재가 서울 이청용을 막다 파울을 해 정조국에게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11분 뒤 페널티킥을 얻어 결승골을 넣었다. 에두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들 때 서울 수비수 김치곤이 발을 걸어 페널티킥을 얻었다. 송종국은 자신이 찬 볼이 골키퍼 김호준의 선방에 막혀 튀어나오자 달려들며 다시 밀어 넣었다.

서울은 준우승 상금 1억5000만 원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수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우승 이끈 수원 차범근 감독▼

최고 스타선수서 명장으로… ‘신뢰 리더십’의 성공

하얀 눈이 경기장에 흩날리는 가운데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는 수원 삼성 차범근(55) 감독의 표정은 복합적인 감정을 담고 있었다.

선수론 한국 축구의 영웅이었지만 지도자로선 굴곡이 많았던 차 감독이 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명장’으로 가기 위해 한 단계 올라섰다고 할 만하다.

선수 시절 차 감독의 명성은 대단했다. 1978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데뷔해 10년간 308경기에서 98골을 넣었다. 외국인 선수로 리그 최다 골이었던 이 기록은 10년 이상 깨지지 않았다. 국가대표로도 A매치 121경기에서 55골을 터뜨린 부동의 스트라이커였다.

하지만 1991년 프로축구 울산 현대 감독으로 시작한 지도자의 길은 순탄치 못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중간에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는 아픔도 겪었고 이후 ‘프로축구 승부 조작설’ 파문으로 5년간 국내 프로무대에 설 수 없다는 징계를 받아 중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방송 해설위원으로 ‘외도’를 하다 2004년부터 수원 삼성 감독으로 K리그에 복귀한 차 감독은 그해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다음 해엔 하위권에 머물렀고 지난해까지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올 시즌은 차 감독에겐 완벽한 시즌이 됐다.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하며 K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10월 삼성하우젠컵에서도 우승해 2관왕을 달성했다.

주전들이 줄줄이 부상한 가운데 2군 선수들을 동원해 이룬 진정한 지도력의 성과였다.

차 감독은 “올 시즌 정말 많이 배웠다.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과의 교류, 대화에 신경을 많이 썼고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수원=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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