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감독은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답게 과거 ‘나를 따르라’ 위주였지만 이제는 선수들이 고민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정도로 팀에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과거 미니게임이나 볼 뺏기 훈련 등을 할 때 직접 선수들과 뛰었지만 어린 선수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최근에는 지켜보기만 할 뿐 함께 운동하지 않는 것도 이런 변화의 일환. 차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나를 덜 어려워하게 된 게 이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오랜 기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불러 한 명씩 개별 면담을 하기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 차 감독은 침체된 선수들을 다독이며 그들의 고민과 축구에 대한 열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선발 경험이 거의 없는 2군 출신들로 베스트 11의 절반 이상을 꾸리는 모험도 먼저 선수들의 마음을 읽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차 감독은 예전에 비해 많이 유연해졌다는 외부 평가에 “올 한해는 정말 감독으로서 공부를 많이 한 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깨졌고 운용의 폭이나 안목, 오래 기다린 선수들에 대한 또 다른 평가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 선수들과 가까워진 것이 후기리그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계기가 됐고 팀이 최악의 상황에 떨어졌을 때 기용한 새로운 선수들이 챔피언이 되는 데도 큰 역할을 해냈다”고 말했다.
차 감독의 ‘열린 귀’가 선수들의 입을 열었고 이것이 수원이 챔피언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