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눈밭의 응원전… 영하 추위도 녹였다

  • 입력 2008년 12월 8일 08시 36분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그라운드의 열기만큼이나 7일 오후 수원 빅버드 스탠드에서의 ‘장외 전쟁’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올 시즌 K리그 최강자를 가리는 수원과 서울의 챔피언 결정 2차전을 찾은 총 관중은 4만1044명. 역대 챔프전 최다 관중이자 올해 2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나흘 전 상암에서 열린 1차전에는 3만9011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챔프전 2경기 합계 8만55명으로 역대 최다였던 1998년 수원-울산전의 7만2286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날의 백미는 양팀 서포터스가 펼쳐낸 열정이었다. 90분 내내 전개된 이들의 화려하고 웅장한 응원 퍼포먼스는 영하의 찬 날씨를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늘 팽팽히 경쟁했던 수원 그랑블루와 서울 수호신은 각각의 팀명과 구호를 외쳐대며 선전을 기원했다.

1차전에서 ‘축구수도 수원’을 푸른색 카드섹션으로 그려낸 그랑블루는 3주 전 정규리그가 끝난 직후부터 제작비 700만원을 들여 만든 우승 걸개를 내걸어 홈팬들을 열광시켰고, 수호신은 1800여개의 깃발로 우승을 상징하는 ‘별’을 그려내며 맞불을 놓았다.

사실 이처럼 장대한 세리머니가 연출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킥오프를 앞두고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발은 금세 함박눈이 돼 필드를 뒤덮었고, 홈팀 수원은 제설작업을 벌이느라 애를 먹었다. 수원 프런트로부터 ‘예매표 상당수가 환불 요청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한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하늘을 지켜봤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눈은 그쳤고, 수원 선수단의 우승 세리머니가 시작되자 또다시 눈이 쏟아졌다. 수원 입장에선 이번 눈이 ‘근심’과 ‘축복’이란 2가지 의미였던 셈이었다.

그러나 두 서포터스에게 날씨는 중요치 않았다. 내내 열띤 응원전을 펼치던 경기 종료 후에도 서로를 위하는 매너를 잊지 않았다. 그랑블루는 패한 서울 선수들을 향해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쳤고, 수호신은 수원 선수들에게 축하의 갈채를 건네며 축제를 마무리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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