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에서 ‘축구수도 수원’을 푸른색 카드섹션으로 그려낸 그랑블루는 3주 전 정규리그가 끝난 직후부터 제작비 700만원을 들여 만든 우승 걸개를 내걸어 홈팬들을 열광시켰고, 수호신은 1800여개의 깃발로 우승을 상징하는 ‘별’을 그려내며 맞불을 놓았다.
사실 이처럼 장대한 세리머니가 연출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킥오프를 앞두고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발은 금세 함박눈이 돼 필드를 뒤덮었고, 홈팀 수원은 제설작업을 벌이느라 애를 먹었다. 수원 프런트로부터 ‘예매표 상당수가 환불 요청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한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하늘을 지켜봤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눈은 그쳤고, 수원 선수단의 우승 세리머니가 시작되자 또다시 눈이 쏟아졌다. 수원 입장에선 이번 눈이 ‘근심’과 ‘축복’이란 2가지 의미였던 셈이었다.
그러나 두 서포터스에게 날씨는 중요치 않았다. 내내 열띤 응원전을 펼치던 경기 종료 후에도 서로를 위하는 매너를 잊지 않았다. 그랑블루는 패한 서울 선수들을 향해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쳤고, 수호신은 수원 선수들에게 축하의 갈채를 건네며 축제를 마무리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