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자 배구에서는 깨지기 힘든 기록이 하나 있다. 바로 삼성화재가 세운 ‘77연승’.
삼성화재를 14년간 이끌고 있는 신치용 감독은 9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지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8일 LIG손해보험전에서 1-3으로 패한 뒤 신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1라운드 최종 성적은 2승 3패. 감독으로서 모든 영예를 누려온 백전노장의 입에서 ‘지는 날’이라는 얘기는 어울리지 않았다.
한때 삼성화재는 김세진 신진식 김상우 등을 앞세워 ‘무적함대’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는 없었다. 이들이 2006년 은퇴하고 여오현 석진욱 손재홍 등의 주전 선수들이 30대를 넘기자 삼성화재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 감독은 “사람들은 지금도 삼성화재를 ‘최강’과 ‘가장 좋은 선수들만 모인 팀’이라고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이제 우리에게 그런 모습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 신 감독은 주전 선수들의 노쇠화를 생각해 지난해 세대교체를 계획했다. 신 감독의 예상과는 달리 삼성화재는 우승을 차지했다.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신 감독은 “한번은 겪고 가야 할 과정이다. 세대교체를 해야 할 시점이다. 내일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신 감독에게 이번 겨울은 더 추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일’을 보는 그에게 팬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