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를 5승 4패로 마친 뒤 2라운드 들어 1패도 없이 7연승을 달렸다.
시즌 전 이런 성적을 예상하는 목소리는 드물었다. 당시 유재학 감독은 “열심히 준비는 했는데…”라며 머뭇거렸고 황열헌 단장은 그저 “상위권이 목표”라고 모호하게 말했다.
모비스는 국내 선수 평균 연봉이 9223만 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 소진율도 66.6%에 불과하다. ‘돈=성적’이라는 등식이 모비스에서는 깨진 듯하다. ‘농구=키 싸움’이라는 얘기도 200cm를 넘는 선수가 1명도 없는 모비스에는 예외다.
그런데도 모비스가 브레이크 없는 고속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유 감독 특유의 관리 농구가 빛을 보고 있어서다.
프로 원년이던 1997시즌부터 줄곧 벤치를 지키고 있는 유 감독은 대형 스타와는 인연이 멀었으며 거물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한 적도 없다.
다만 자신의 스타일에 맞고, 가능성이 있는 ‘흙 속의 진주’를 캐냈다. 올 시즌에는 김효범 김현중 우승연 등이 대표적이다.
유 감독은 비시즌 동안 선수들의 슈팅 성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목표치를 설정해 두고 꼼꼼하게 체크했다. 유 감독은 “중고교 시절에나 했던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일단 선수들이 야투 성공률을 80% 이상 높이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모비스 선수들은 밤늦도록 500개에 가까운 슛을 쏘며 감독의 요구 수준에 맞추려고 애썼다. 그 결과 모비스는 8일 현재 야투 성공률(53.9%), 3점슛 성공률(43.9%), 자유투 성공률(78.3%)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경기 종료 직전 짜릿한 장거리 3점포로 승리를 낚은 경기도 많다. 동부 강동희 코치는 “운이 좋아 넣는 슛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며 놀라워했다.
상대의 허를 찌를 함정 수비와 상황에 맞는 변화무쌍한 전술은 유 감독 특유의 전매특허다. 지난 시즌 LG에서 뛰던 오다티 블랭슨이 시즌 초반 적응에 애를 먹을 때는 그를 살리기 위한 공격 패턴 몇 가지를 따로 만들어 줘 사기를 끌어올렸다.
평소 톱니바퀴 같은 생활과 규칙을 강조하는 유 감독이지만 휴식 시간이나 회식 자리에서는 선수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확실하게 풀어준다.
유 감독은 “특정 선수 하나가 아니라 경기를 뛰든 못 뛰든 늘 함께하는 동료애가 우선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언젠가 위기는 찾아온다. 겁 없는 젊은 선수들과 잘 헤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