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경기 하루 전 선수단 전원이 점심을 함께 먹으며 미팅을 갖는다. 차범근 감독이 올 시즌 내내 이 자리에서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었다.
수원은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이 뒤따랐고, 차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그렇지만 선수들 역시 부담감과 마음의 짐이 상당했다. 이를 덜어주기 위해 차 감독이 택한 방법 중 하나가 강한 프라이드 의식을 심어주는 것. 서울과의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수원 선수들이 하나같이 “이번에는 이긴다. 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것도 이 덕분. 심지어 챔프전 1차전에서 0-1로 지고 있을 때도 차 감독이 “져도 좋다. 우리는 2차전 가서 뒤집을 수 있다. 걱정하지 마라”고 선수들을 다독였다는 후문.
세심한 역할 분담 역시 차 감독 만의 독특한 운용 방법. 차 감독은 전술이나 선수기용 등의 밑그림은 이임생 수석코치와 상의해 자신이 결정하지만, 오랜 기간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한 창단 멤버 박건하 코치에게는 선수들을 다독이고 때론 다그치기도 하는 역할을 맡겼다. 또한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해 새 주장을 뽑는 동시에 연령대별로도 주장을 둬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워하는 어린 선수들의 의견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시즌 초반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힘들어한 서동현이나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최성현 등이 이런 단계적인 의사소통 과정을 밟아 차 감독의 눈에 들 수 있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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