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방성윤 ‘진지한 모습’ 보고 싶다

2005년 2월 미국 로어노크의 한 일간지에는 농구스타 방성윤(26)의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원정을 떠난 방성윤이 버스 좌석에 누워 배를 드러낸 채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당시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NBDL 로어노크에서 뛰던 방성윤의 고단한 삶을 그대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방성윤은 10시간 넘게 버스로 이동하거나 차가운 햄버거로 허기를 달랬다. 그래도 방성윤은 “NBA 진출이라는 큰 꿈을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고 말하며 버텼다.

하지만 그해 11월 방성윤은 홀연히 귀국했다. 당초 그를 지명했던 국내 프로 KTF에서 SK로 트레이드된 뒤 복귀하기 위해서였다. 대형 스타의 컴백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원하지 않는 팀에서 뛰지 않기 위해 버티다 이적 목표를 이뤘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졌다.

그런 방성윤이 올여름 NBA 재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0일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NBA 하부인 D리그 리노에서 뛰다 U턴하는 것이다. 장지탁 SK 사무국장은 최근 8일 동안 미국에 머물며 방성윤을 설득하다 확답을 얻지 못하고 귀국했는데 3일 전 “돌아가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방성윤은 지난달 복귀설에 대해 “의욕을 꺾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도 마음을 돌린 데는 SK가 9일 현재 9위로 처져 있는 성적 부진에 따른 미안한 마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뛰어난 기량을 지닌 방성윤은 국내 무대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무리한 개인플레이로 ‘방난사’란 별명을 얻었으며 팀워크에 저해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방성윤의 휘문고와 연세대 선배인 서장훈은 “성윤이가 왜 미국 진출에만 올인(다걸기)하는지 모르겠다.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라며 아끼는 후배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화제를 뿌리는 방성윤의 가세는 열기가 뜨거운 국내 리그에 기름을 붓게 될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김진 SK 감독의 말처럼 방성윤이 진지하고 한층 성숙해진다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