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과제는 ‘체력 보강’
올 시즌 개막 전, 김연아는 ‘체력 보강’을 1순위 지상과제로 꼽았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그랑프리 파이널까지는 완벽한 페이스로 2년 연속 우승했지만 정작 세계선수권에서는 두 번 모두 3위에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 한 관계자는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부상이 잦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연아는 2007세계선수권을 앞두고 허리 부상을 당했고, 2008 세계선수권에서는 고관절 부상으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적의 피겨 체형’을 찾아라
따라서 김연아는 지난 5월, 재활의학 전문가인 어은실 박사와 본격적으로 손잡았다. 어 박사는 김연아를 위한 맞춤 훈련을 시작하기 전, 먼저 몸 구석구석에 숨은 근육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단순히 경기력을 늘리려는 차원이 아니라, 피겨 스케이터로서 최적의 체형을 찾기 위한 작업이었다.
어 박사는 “체형은 경기력을 뒷받침한다. 어느 한 쪽의 근육을 특별하게 발달시키기 보다는 온 몸이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리듬이 시작되는 동작 하나하나에는 모두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무작정 근육을 늘리는 방식은 배제했다. 김연아가 구사하는 기술마다 몸이 최적의 밸런스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고심했다. 어 박사는 “기술이란 것도 무작정 익힌다고 되는 건 아니다. 몸 전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연하게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몸 전체가 떠받치는 ‘강한’ 유연성
올 시즌 김연아의 연기는 한층 섬세하고 자연스러워졌다는 평가다. 점프의 안정성과 스핀의 속도도 한결 좋아졌다. 어 박사는 이에 대해 “김연아가 선보이는 손동작, 팔동작 하나하나마다 필요한 근육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가 한 일은 어느 부분이 부족한가를 알아낸 뒤 잘 잡혀 있는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안 되는 부분만 보완하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몸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김연아의 몸은 ‘물 흐르듯’ 적응했다. 캐나다 전지훈련으로 인해 4주 만에 한국을 떠나야 했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에도 확실히 몸의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엉덩이와 허벅지에 근육이 붙으면서 하체의 ‘버티는 힘’이 강화됐다. 어린 시절 단 한 번만에 트리플 점프를 성공했다는 김연아의 감각에 전문가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다.
박세정 KISS 연구원
정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