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금 납부 지연, 장원삼 현금 트레이드 파문, 우리담배 상대 가처분 신청….
프로야구는 올해 중흥기였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었다. 히어로즈였다. 야심 차게 내세운 네이밍 마케팅은 실패했다. 반면 각종 사태와 파문의 장본인으로 각인됐다.
히어로즈 이장석(42) 대표는 “나는 프로야구 판의 대표적인 악인”이라며 자조했다. 메인 스폰서마저 끊긴 히어로즈는 내년에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던 이 대표를 서울 목동야구장 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6월에 한 야구계 거물 인사가 ‘쟤네(히어로즈) 없애 버리자’는 얘기를 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당시 분위기로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죠.”
히어로즈는 6월 30일까지 내기로 한 신생팀 가입금(120억 원) 1차분 24억 원을 내지 않은 채 회원 자격을 보장해 달라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요청했다. 내야 할 돈은 안 내고 꼼수만 부린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KBO와 다른 7개 구단이 대기업을 물색해 놓고 저희를 내쫓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절박한 심정으로 회원 자격 유지를 원했던 건데…. 장원삼 트레이드 추진도 결과적으로는 안 하는 게 나았어요. 운영난만 부각돼 스폰서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거든요. 비록 ‘휩쓸려서’ 프로야구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지난 시즌을 돌아보니 참 형편없이 운영을 했어요. 제가 바보였습니다.”
이 대표는 첫 직장인 항공사 보잉에서 홍보 담당자로 2년 동안 일했다. 그 뒤 에어차이나에 기내지와 영상물을 공급하는 홍보대행사를 차려 큰돈을 벌었고 프랑스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딴 뒤 잘나가는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야구팬들로부터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7월 일본의 한 리조트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회사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지인으로부터 야구단 창단을 권유받았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얼추 수지를 맞출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수입과 지출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야구’를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투자 없이는 결과도 없는 건데 뒤늦게 깨달았죠.”
히어로즈는 최근 직원 연봉을 인상했다. ‘후려쳤던’ 선수들 몸값도 올려주기로 했다. 전지훈련도 현대 시절 ‘약속의 땅’이었던 미국 플로리다로 간다. 2차 가입금 24억 원도 납부 기한보다 20여 일 일찍 완납했다. 돈은 어디서 났을까.
“몇 곳과 접촉하고 있지만 스폰서 구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네요. 구단 지분의 90%를 갖고 있는 제가 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당장 운영하는 데는 문제없어요.”
창단도 하기 전에 비난을 들으면서 발을 빼볼까도 했지만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할 것 같았다. “이순신 장군의 ‘죽으려 하는 자는 살 것이요, 살려고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니 오기가 생겼어요.”
그는 지인을 만나면 듣는 말이 ‘측은하거나 또는 무모하거나’ 두 가지라고 했다. 한국에서 야구단을 운영해 돈을 벌겠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프런티어치고 무모하지 않은 사람 있습니까? 신생 구단이라 3년은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제 인생과 명예를 걸고 성공한 구단으로 만들 겁니다. 지난 1년 죽을 고생 했습니다. 그런 야구단을 매각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