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로 극지마라톤 그랜드슬램 ‘영웅탄생’

  •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송경태 전주시 의원, 250km 남극대회 완주

영하 25도 속에 몰아치는 눈보라도 그를 멈추게 할 순 없었다.

1급 시각장애인 송경태(47) 전주시의회 의원이 4일 끝난 남극마라톤을 완주하고 9일 돌아왔다.

송 의원은 2005년 사하라사막마라톤, 2007년 중국 고비사막마라톤, 올 초 칠레 아타카마 사막마라톤(이상 모두 250km)을 완주한 데 이어 이번 남극마라톤까지 세계 4대 극지마라톤을 모두 완주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장애인으로선 세계 최초이며 역대론 52번째 그랜드슬램이다.

송 의원은 참가자 26명 중 24위로 대회를 마쳤다. 남극마라톤은 기후 여건상 남극 본토와 섬을 돌아다니며 일정한 거리를 매일 4∼7시간 달리는 방식으로 열린다. 총 250km 정도 뛰게 된다.

“사실 눈보라와 추위보다는 허벅다리까지 빠지는 눈과 날카롭고 미끄러운 빙산 조각 때문에 더 힘들었다. 앞이 보였다면 아마 무서워서 달리지 못했을 것이다.”

1982년 군대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두 눈을 잃은 송 의원은 1998년부터 마라톤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풀코스는 물론 600km 울트라, 그리고 세계 극지마라톤까지 섭렵하고 있다. “청천벽력 같은 후천적 장애를 극복했듯 극한에 도전하는 마라톤은 암흑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극한상황에서 흔들리는 나를 다잡아 준다”는 게 그가 마라톤에 빠져 사는 이유다.

송 의원은 2000년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을 세웠고 2001년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2004년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다음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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