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추락후 김성근 감독과 만남…슈퍼스타로 비상
② 솔직한 ‘20대 화법’
“상금으로 부모님 방앗간에 새차 사준다” 감성 자극
③ 실력은 ‘괴물’ 수준
정규시즌 다승·탈삼진 1위…올림픽 ‘金’ 일등공신
류현진(한화)이 ‘괴물’이라면 김광현(SK)은 ‘신데렐라’다. “1년 전만 해도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란 고백 그대로 스무살 김광현은 2008년 한국 프로야구 투수 부문을 평정하다시피하고 있다. 정규시즌 다승-탈삼진 1위에 이어 SK를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2연패로 올려놓았다. 그 기세를 이어가 정규시즌 MVP에서 김현수(두산)를 큰 표차로 제쳤다. 각 언론사 주최 최고투수상을 싹쓸이 했고, 11일로 예정된 골든글러브 투수 수상도 가장 유력하다. 김광현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왜 김광현은 투표에 강할까?
○임팩트
대중은 스토리를 좋아한다. 스토리가 짜임새 있으려면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결국엔 승리해야 한다. 주몽도, 대장금도 그렇다. 이런 스토리 전개에 김광현은 부합한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호되게 당하다 2군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 순간 김성근 감독이란 조력자가 등장했고, 김광현도 좌절하지 않았다. 완전히 다른 투수로 개조된 김광현은 작년 한국시리즈 4차전-코나미컵 주니치전-베이징올림픽 지역예선과 본선 금메달-김 감독 1000승 경기-정규시즌 우승 경기-한국시리즈 5차전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이 주시한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야구는 ‘얼마나 많이’ 보다 ‘언제’가 중요한 스포츠라고 하는데 김광현이야말로 가치를 극대화하는 타이밍을 잡는데 동물적 감각을 갖춘 승부사다. 이런 전적이 객관적 수치보다 감성적 여론을 중시하는 투표에서 김광현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원천이다.
○솔직담백
김광현은 10일 열린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바로 옆 테이블에 있는 선배 포수 박경완을 향해 고개를 숙인 뒤에야 시상대로 나갔다. 이어 수상 소감으론 “부모님이 방앗간을 10년째 하시는데 차가 그대로다. 상금으로 새 차를 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판에 박힌 인터뷰가 아니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할 줄 아는 김광현식 화법이다. 이는 곧 스타성과 직결된다.
김광현은 한국야구 세대교체의 아이콘, 한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일본킬러’라는 타이틀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각인했다. 김광현 덕분에 SK는 ‘슈퍼스타가 없다’란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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