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 오미야 구단의 사령탑을 맡게 된 장외룡(49) 감독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인천과 계약기간이 1년 남은 데다 지난 해 1년간 영국 유학을 보내주는 등 자신을 배려해 준 구단에 미안한 마음이 큰 듯 했다. 이전까지 일본에서 4번의 감독직 제의가 있었지만 거절했던 장 감독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반드시 인천으로 돌아와 축구발전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장 감독이 오미야와 처음 접촉한 것은 11월 10일. 그 이후 오미야는 구단 회의를 통해 장 감독을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하지만 장 감독은 인천 관계자들에게 말을 못한 채 전전긍긍했다.
고민하던 장 감독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가족이었다. 장 감독은 5년간 기러기 아빠로 지냈다. 부인과 자녀들이 모두 호주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큰 딸은 장 감독이 오미야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뒤 “일본에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살면 좋겠다”고 했다. 그 순간, 장 감독의 생각이 정리됐다.
장 감독은 “가족들의 결정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종복 인천구단 사장은 “장 감독이 위가 안 좋은데 일본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 몸도 마음도 한결 좋지 않겠느냐”고 거들었다.
장 감독은 이달 초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했는데, 계약기간은 1년, 연봉은 5000만 엔(8억원). 장 감독은 “어차피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기간을 1년으로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대표팀을 맡아보고 싶다.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내다보면 불러주지 않겠냐”고 자신의 구상을 털어놓았다.
안 사장은 “본인의 뜻이 강하고, 워낙 좋은 조건이라서 붙잡기 어려웠다”며 “한국인이 J리그에서 감독을 맡게 된 것은 한국 축구계에 무척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생각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안 사장은 차기 감독에 대해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감독을 배제하진 않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인천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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