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황금장갑·골든포토상 강민호 “하늘 간 친구에게 이 상을 바친다”

  • 입력 2008년 12월 12일 08시 18분


롯데 강민호(23)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야구공을 처음 쥐었다. ‘아버지 친구의 아들’인 고상범씨였다.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던 친구가 너무너무 재미있게 하던 공놀이. 어린 강민호는 ‘나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그렇게 야구를 시작했다.

제주신광초-포철중-포철공고를 거치는 동안 둘은 항상 함께 했다. 포수였던 강민호와 외야수였던 고씨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서로를 다잡아주곤 했다. 강민호는 “많지 않은 학창 시절 추억 가운데 그 친구를 빼놓으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고교를 졸업하면서 처음으로 길이 엇갈렸다. 강민호는 롯데 선수가 됐고, 친구는 중앙대에 진학했다. 그래도 두 친구의 우정은 변함이 없었다. 고씨가 강민호의 만류를 뿌리치고 야구선수의 꿈을 접은 뒤에도 그랬다.

하지만 2년 전 어느 날 많은 것이 달라졌다. 고씨의 집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 때문이다. 친구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 눈앞이 캄캄하고 하늘이 무너진 듯했다. 그래도 강민호는 경기에 나서야 했다. 이를 악물고 홈런을 쳤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그 날의 아픔을 잊지 못한다.

11일 열린 2008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강민호는 당당히 포수 부문 수상자로 호명됐다. 총 유효표 346표 중 245표의 압도적인 지지. 골든글러브의 터줏대감인 SK 박경완(36)과 삼성 진갑용(34)도 밀어냈다. 생애 처음이자 팀 역사상 첫 포수 황금장갑의 기쁨. 게다가 특유의 ‘하마 세리머니’ 덕분에 골든포토상까지 탔다. 단상에 오른 강민호는 수상 소감의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먼저 하늘로 간 내 친구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강민호는 경기 전 애국가가 끝나면 늘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두드린다. 그리고 검지로 하늘을 가리킨다. 친구가 여전히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자랑스러운 금메달을 따냈을 때도, 강민호는 고씨의 얼굴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2개의 황금장갑을 품에 안고 있던 강민호는 “내가 정말 좋아하던 친구였어요. 친구도 지금 흐뭇해하고 있을 거라 믿어요.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라고 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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