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71·사진) 총재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신 총재는 11일 올해 프로야구의 마지막 공식행사인 골든글러브 시상식 직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두문불출했다.
그런 그가 입을 열었다. 13일 “조용히 쉬면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지난달 21일 삼성이 히어로즈 에이스 장원삼을 데려오고 현금 30억 원과 투수 박성훈을 주기로 한 트레이드에 대한 승인 불가를 선언하며 “임기 이전에 사퇴하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 그러나 골든글러브 시상식 직후 신 총재의 사퇴 시기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일부 언론에서 “야구계 정상화를 위해 빨리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 총재는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이미 마음의 정리는 끝났고 (사퇴 일정은) 차차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상황에서 야구계가 화합했으면 한다”며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내 스스로 야구를 위해 헌신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장원삼 현금 트레이드 사태와 히어로즈 납입금 선납 문제가 잘 해결돼 다행입니다. 선수들이 잘해 준 덕분에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프로야구 5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습니다. 야구가 국민을 즐겁게 해줬던 만큼 미련 없이 떠나야죠.”
신 총재는 최근 차기 총재 후보로 정치인과 교육계 인사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계 자체적으로 새 총재를 선출하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다”며 “야구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행정력과 정치력을 갖춘 인물이 KBO를 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총재는 하일성 사무총장과 동반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내가 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사무총장 교체는 새 KBO 총재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
신 총재는 사퇴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KBO 관계자는 “신 총재가 내년 1월 중 사퇴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 총재가 사퇴하면 사무총장이 총재 직무 대행을 맡아 남은 임기 동안 KBO를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8개 구단 사장단은 KBO 총회를 열고 후임 총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