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 시즌 국내 골프계는 그 어느 해보다 알찬 기록 풍년을 맞았다. 국내 여자골프(KLPGA투어)의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는 세계를 넘나들며 11승(국내 7승, 해외 4승)에, 45억원이 넘는 상금을 챙겼고, 서희경(22·하이트)은 두 달 반 동안 6승을 챙기며 무서운 2인자로 올라섰다.
반면 남자부(KPGA투어)에서는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데뷔 4년차인 배상문(22·캘러웨이)이 첫 상금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대섭(27·삼화저축은행)은 3년 만에 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노장들의 선전이 사라져 볼거리가 반감됐고, 남자부는 스타들의 해외진출로 스타 기근에 허덕였다. 2008년 골프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뜨거웠던 뉴스들을 되짚어 보았다.
[1] ‘철의 여인’ 시즌 11승 대기록 달성…오초아 누르고 100만달러
신지애의 기록 행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내여자골프는 신지애로 시작해, 신지애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일본에서 펼쳐진 요코하마-PRGR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열도 정벌에 성공한 신지애는 국내에서 7승을 따낸 뒤, 일본대회 1승, 미국여자골프에서도 3승을 추가하며 시즌 11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ADT챔피언십에서는 ‘여제’ 로레나 오초아를 물리치고 1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되면서 2009년 시즌 새로운 ‘골프여제’의 등극을 예고했다.
[2] 서희경 2년 반 만에 연속 우승컵 신화…13주 동안 6승 질주
서희경의 등장은 올 시즌 국내 여자골프의 가장 큰 수확이다. 데뷔 2년 반 동안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던 서희경은 8월말 열린 하이원컵채리티챔피언십(8.28∼30)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3차대회(9.5∼7), 빈하이오픈(9.11.13)까지 3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메가톤급 질주를 시작했다.
우승의 물꼬를 튼 서희경은, 한 달 뒤 가비아-인터불고 마스터즈(10.10∼12), 세인트포레이디스마스터즈(11.14∼16), ADT캡스챔피언십(11.21∼23)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신지애(7승)에 이어 다승 2위(6승),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3] ‘장타자’ 배상문 생애 첫 상금왕 등극…4억7000여만원 획득
‘장타자’ 배상문(22·캘러웨이)이 프로 데뷔 4년 만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 등극에 성공했다.
올 시즌 치러진 19개 대회 중 11개 대회에만 출전한 배상문은 개막전 KEB 한중투어 1차전과 최다 상금이 걸린 한국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시즌 총상금 4억7065만4286원을 획득해 생애 첫 상금왕 등극에 성공했다.
2005년 데뷔해 첫해 상금랭킹 22위, 2006년 11위, 2007년 4위로 차곡차곡 순위를 끌어 올린 배상문은 마침내 1인자의 자리에 올라섰다.
[4] 징계·벌금·취소, KLPGA의 그늘들…선수협 탄생 이끌어내
KLPGA투어 시즌 개막전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송보배의 실격과 2년간 출장정지는 국내 여자골프 사상 가장 강력한 징계였다.
게다가 경기위원에게 심한 욕설까지 퍼부은 송보배의 친오빠에게도 대회장 출입금지 5년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9월에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대회를 취소해 선수들의 반발을 샀다. SK에너지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경기 중 안개와 폭우가 쏟아져 경기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취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선수와 부모들은 이미 경기를 마친 상태였는데 연기가 아닌 취소를 결정한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항의했고,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선수협의회가 구성됐다.
[5] 고교프로 노승열 스타탄생 예고…괴물신인의 활약
고교생 프로골퍼 노승열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새로운 스타 탄생에 목말라 있는 한국프로골프투어에 촉촉한 단비가 내렸다.괴물 신인으로 평가받아온 김경태가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스타기근에 빠져 있는 사이 아시안투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고교생 프로 노승열이 국내 무대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매경오픈 준우승과 한국오픈에서 쟁쟁한 스타들 틈에서 고교생답지 않은 화려한 플레이로 갤러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6] 최혜용 치열한 경쟁 속 신인왕에…유소연에 짜릿한 역전
최혜용(18·LIG), 유소연(18), 김혜윤(19·이상 하이마트)의 신인왕 경쟁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4월 시즌 개막과 함께 10월까지 내내 선두를 달리던 유소연은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에서 2라운드 중 벙커에 빠진 볼을 벙커 밖에서 드롭하는 오소플레이로 실격당하면서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최혜용에게 신인왕을 넘겨줬다.
[7] 골프 ‘코리안드림’ 시대 열렸다…매킨지 다승 공동1위
한국프로골프투어가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지 2년 만에 외국 출신 선수들이 국내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한 한 해였다.
앤드류 매킨지(호주)는 외국인 선수 중 가장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삼성베네스트오픈에서 KPGA투어 첫 승을 올린 감격도 잠시, 두 달 뒤 외국인 선수로는 1966년 무디(미국)에 이어 42년 만에 KPGA선수권 우승컵을 차지하며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시즌 상금 2억4191만9286원을 따내면서 상금랭킹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앤드류 츄딘(호주)의 활약도 돋보였다. 5월 레이크힐스오픈에서 김형성을 제치고 첫 우승을 따내며 ‘코리언드림’을 일궈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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