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WBC 출전은 어려울듯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맏형’ 박찬호(35)가 결국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박찬호는 15일 오후 8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8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필라델피아와 1년간 최대 500만달러에 계약했다”고 직접 발표했다.
입단 조건에 대해서는 “250만달러를 보장받고 선발투수로 뛰었을 때 출장경기수(11-27경기)와 투구이닝(170이닝)에 따라 각각 보너스를 챙겨 최대 500만달러까지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원투수로 뛰면 30경기부터 75경기까지 5경기마다 2만달러씩 보너스가 생겨 300만달러 이상은 받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찬호의 보직은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가려진다.
박찬호는 “윈터미팅에서 필라델피아가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단장이 직접 전화해 팀 사정 등을 설명했다. 필라델피아는 월드시리즈 우승팀으로 내년 포스트시즌에 나갈 가능성도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계약 배경을 털어놓았다.
이어 “구원으로 생각하는 팀이 많았다. 결정을 하고도 몇팀에서 연락이 왔다.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 캔자스시티, 토론토 등이었는데 모두 구원투수로 나를 원했다. 선발로 원했던 팀은 필라델피아였다”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는 거포 라이언 하워드, 체이스 어틀리 등으로 짜인 강타선과 좌완 에이스 콜 해멀스, 브렛 마이어스, 조 블랜튼 등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을 보유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명문으로 박찬호에게는 5번째 메이저리그 소속팀이 된다.
노장 좌완 제이미 모이어와 재계약 전망이 불투명하고, 영건 카일 켄드릭은 팀 사정에 따라 트레이드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수 있어 제5선발이 마땅치 않아 전격적으로 박찬호를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1994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2002-2005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2005-2006년), 뉴욕 메츠(2007년) 등에 이어 올 시즌 7년만에 ‘친정’ 다저스로 복귀했다. 주로 불펜으로 활약한 올해 54경기에 등판해 4승4패2세이브, 방어율 3.40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재기에 성공한 박찬호는 시즌 도중 일찌감치 “내년에는 선발투수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결국 시즌 종료와 동시에 FA(프리에이전트)를 선언했다.
한편 박찬호는 내년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과 관련해서는 “(기자회견장으로) 오면서 김인식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다. 못 가게 될 거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쉬워 하셨다”며 “(김 감독님께) 2년 계약을 하면 WBC에 뛰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협상을 하면서 2년을 요구하는 팀은 없었다. 감독님이 ‘아시아 예선전이라도 뛸 수 없는가’라고 물어보셔서 신체검사 때 팀에 제안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아마 출전하지 못할 것 같다”며 사실상 불발됐음을 내비쳤다.
이달부터 개인훈련을 시작한 박찬호는 내년 초 출국, 필라델피아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본격적으로 새 시즌에 대비할 예정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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