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출한 외모에 탁월한 실력까지….’
여자 프로배구가 외국인 선수의 맹활약으로 뜨겁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베타니아 데라크루즈(21·188cm·GS칼텍스)와 푸에르토리코 출신 아우리 크루즈(27·182cm·현대건설).
두 선수는 고무줄 같은 탄력과 폭발적인 강스파이크로 배구 팬을 사로잡고 있다.
잘나가는 두 용병 선수의 배구장 안팎 생활을 들여다봤다.
○ 탄력 넘치는 갈색 폭격기
데라크루즈와 아우리는 팀 전력의 핵심이다.
데라크루즈는 15일 현재 득점(176득점)과 공격 성공률(47.62%) 선두. 아우리는 득점 2위(170득점)에 리시브 성공률 4위(57.92%)로 공격과 수비에서 안정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GS칼텍스는 올 시즌 현대건설에 2연승했다. 하지만 모두 풀세트 접전이었다. 2경기에서 데라크루즈는 63점, 아우리는 60점을 올리는 맹활약을 했다.
박미희 KBSN 해설위원은 “데라크루즈는 탄력 있는 공격이, 아우리는 탄탄한 기본기가 강점”이라며 “국내 배구에서는 아우리의 아기자기한 기술 배구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 요리사와 현모양처를 꿈꾸다
데라크루즈는 맵고 짠 한국 음식을 잘 못 먹는다. 그 대신 도미니카에서 가져온 양념으로 직접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통역인 안소희 씨는 “데라크루즈는 경기가 끝나면 동료들에게 도미니카의 달콤한 볶음밥과 파스타를 만들어 줄 정도로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낯선 데라크루즈는 고향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도미니카 노래와 영화를 즐기며 향수를 달랜다. 남자 친구와 수시로 국제전화와 e메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우고 있다.
반면에 아우리는 한국 문화에 흠뻑 빠져 있다. 갈비탕과 설렁탕을 뚝딱 해치우고 댄스그룹 원더걸스의 ‘노바디’에 맞춰 춤도 잘 춘다.
통역인 이현실 씨는 “아우리는 승부 근성이 강하고 선수들과도 잘 어울린다”며 “시간이 날 때면 서울 청담동 패션거리를 구경 나가자고 할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라고 했다.
아우리는 푸에르토리코 국적이지만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플로리다의 한 대학에서 경영 레크리에이션을 전공한 재원이다.
두 선수의 꿈은 닮았다. 데라크루즈는 “빨리 결혼해 아이 엄마가 되는 것”이고, 아우리는 “31세까지만 배구를 한 뒤 평범한 주부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