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장단은 왜 신 총재의 사의표명이 나오자마자 속전속결로 후임총재를 추대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우선 정치권의 입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자천타천으로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권 인사가 다수 있고, 실제로 물밑에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는 인물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시간을 끌었다가는 또다시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KBO 총재자리를 꿰차고 들어앉을 가능성이 높았다.
프로야구 사장단들은 신 총재를 겪으며 낙하산 정치인의 폐해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신 총재를 16대 총재로 추대할 때 프로야구 사장들은 그래도 정치권 인사가 프로야구 현안 해결에 힘을 발휘할 적임자로 막연히 기대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야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야구계 현안을 해결하기보다는 자리보전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사례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취임사에는 항상 “재임기간 동안 프로야구 발전” 운운했지만 정치권에 자리가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뜬 정치인 출신 총재가 한둘이 아니었다.
프로야구 사장단은 2006년 KBO 수장으로 취임한 뒤 보여온 신 총재의 행보에 염증을 느꼈다. 특히 현대 구단 매각 과정에서의 서툰 일처리로 굴지의 기업과 매각협상이 무산되면서부터 신 총재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졌다.
결정타는 역시 11월 히어로즈와 삼성이 시도한 장원삼 현금 트레이드 파문. 신 총재가 트레이드 승인 여부를 놓고 판단을 계속 유보하며 시간을 끌자 해당 2팀을 제외한 나머지 6개구단 사장들이 결속력을 강화했다.
그리고 총재가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자 사장단은 3일 이사회 조찬모임에서 후임총재의 자격요건을 논의했다. 평소 야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고, KBO 총재직을 명예직으로 생각할 것, 그리고 야구계 신망을 얻는 인사여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때부터 사장단은 사실상 물밑에서 후임총재 후보를 압축하고 의견통일을 이루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 총재가 사퇴의사를 밝히자마자 사장단은 정치권의 입김이 개입하기 전에 차기 총재로 유영구 이사장을 추대하기로 전격 합의하게 됐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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