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리그 MVP 꿈꾸는 빙판의 꽃미남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아이스하키 안양 한라의 외국인 선수 블락 라던스키가 패스할 공간을 찾고 있다. 아시아리그 득점 1위를 달리는 라던스키는 “비빔밥을 즐겨 먹을 정도로 한국에 적응했다”며 웃었다. 도쿄=김동욱 기자
아이스하키 안양 한라의 외국인 선수 블락 라던스키가 패스할 공간을 찾고 있다. 아시아리그 득점 1위를 달리는 라던스키는 “비빔밥을 즐겨 먹을 정도로 한국에 적응했다”며 웃었다. 도쿄=김동욱 기자
안양 한라 상승세 주역 용병 라던스키

“팀 우승 이끌어 한국서 오래 뛰고 싶어”

전형적인 꽃미남이다.

헌칠한 키(196cm)에 늘씬한 몸매가 선수라기보다는 모델 같다. 하지만 빙판에서 헬멧을 쓰면 평상시의 수줍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누구보다 거칠게 뛰어다니고 부딪친다.

안양 한라는 최근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신인 듀오 김기성, 박우상의 가세, 심의식 신임감독의 용병술과 함께 외국인 선수 블락 라던스키(25)의 활약에 힘입은 바가 크다.

라던스키는 17일 현재 리그 득점 1위(24골), 포인트 랭킹 1위(46점), 도움 4위(22개)로 모든 순위에서 상위를 달리고 있다. 최우수선수는 그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우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용병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며 겸손해 했다.

캐나다 출신인 그는 2002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79번째로 지명받았다. 지금까지 한국에 온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다.

한국에 오기 전 한라를 비롯해 독일, 스웨덴 팀의 러브콜을 받았다. 결국 한국을 택한 그는 “처음에는 음식과 언어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비빔밥도 좋아하고 한국 문화에 많이 적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큰 체격에도 능숙한 스케이팅과 퍽 핸들링이 장점이다.

한라 양승준 부장은 그가 잘생긴 외모로 여성 팬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여성 팬이 많으냐는 질문에 라던스키는 잠깐 생각하다 “여성 팬은 없다. 난 아내만으로 충분하다”며 웃었다. 그는 올해 5월 결혼했으며 아내는 한국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올 시즌 그의 목표는 팀의 우승. 그는 “팀이 우승을 해 한국에서 오래 뛰고 싶다. 동료이자 4년째 한국에서 뛰고 있는 패트릭 마르티넥처럼 한국 팬들에게 오랫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장에 팬들이 많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한라는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원정경기에서 7-5로 이기며 7연승을 달렸다. 이로써 한라는 승점 56점을 기록하며 2위 세이부와의 승점 차를 5점으로 벌렸다.

도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직원 5명 작은 사무실서 亞리그 탄생

■ 日 도쿄 본부 가보니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는 한국, 일본, 중국의 3개국 7개 구단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하는 아시아 최초의 통합 스포츠리그다.

올 시즌에는 안양 한라(안양), 하이원(춘천·이상 한국), 차이나 샤크스(상하이·중국), 세이부 프린스래비츠(도쿄), 일본제지 크레인스(구시로), 오지 이글스(도마코마이), 닛코 아이스벅스(닛코·이상 일본) 등 7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

16일 방문한 일본 도쿄의 아시아리그 본부.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5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한중일 세 나라의 통합 리그가 태동됐다.

2002년 초 한국과 일본의 불황이 아시아리그 출발의 배경이 됐다. 기업들이 구단 운영을 잇달아 포기하면서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불가능해지자 양국은 리그를 통합해 치르고 향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리그를 치르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첫 통합 리그인 만큼 힘든 점도 많았다. 준야 고지마 운영위원장은 “언어가 가장 큰 문제였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4개국 언어를 사용하다 보니 몇 개의 안건을 가지고도 회의는 2박 3일이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5년이 지난 현재 리그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무국의 목표는 한국과 중국 팀의 증가. 준야 위원장은 “앞으로 세 나라가 모두 동수의 팀으로 경기를 치르고 싶다. 이로 인해 아이스하키의 인기가 살아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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