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로 예정된 이사회를 23일로 연기했다. KBO는 하일성 사무총장이 모친상을 당해 이사회 일정을 늦췄다고 17일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혹시나’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사회가 연기된 닷새 동안 정치권을 배경으로 행여 유 이사장 추대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다.
신상우 총재가 16일 사퇴 의사를 공식 발표한 뒤 프로야구 사장단은 곧바로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새 총재로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을 새 총재 후보로 추대할 이사회를 18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돌연 연기되자 한편에선 ‘혹시 윗선의 뜻이 개입된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KBO의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유 이사장 추대 과정’에서 자신들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불쾌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3월 대한체육회가 내정한 구안숙 사무총장 카드를 승인 거부했을 당시, 문체부 고위관계자가 “KBO나 KBL은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단체이기 때문에 대한체육회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자율성을 보장하는 발언을 했던 것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신상우 총재처럼 과거 정치인을 ‘찍어 누르던’ 시대착오적인 행태의 연장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프로야구 사장단이 신 총재 사퇴 이후 곧바로 유 이사장을 추대하기로 한 건 공백을 최소화함은 물론이고 일을 빠르게 처리해 외부의 입김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이사회 연기가 또 다른 돌발변수로 연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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