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은 소속된 모든 클럽이 참가, 왕중왕을 가리는 대회로서 토너먼트 대회 시스템의 시초가 되고 있다. 무승부시 홈 경기장을 바꿔 재경기를 펼치기도 하고, 승부가 나지 않으면 연장전과 승부차기로 결정한다. 또한 우승과 준우승 팀은 챔피언스리그 출전자격을 얻게 된다.
올해 대한축구협회의 FA컵 준결승전은 18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이처럼 이른 시간의 킥오프라면 대회 흥행에 적지 않은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평일 오전 11시에 경기하는 것이 과연 축구팬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리그운영 편의주의에서 나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협회 측은 12월의 날씨와 경기장 및 훈련장 사정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지만, 컵 대회의 권위와 축구팬의 입장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아울러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다. 프로팀들이 결승전에 오르면 각 구단의 서포터스가 경기장을 찾기 위해 제주도로 원정응원을 가야한다. 교통비만 해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는지는 몰라도 이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경기를 강행하는 이유가 의문스럽다.
FA 대회규정을 보면 부득이한 사정을 제외하고는 준결승전은 홈구장이 기본이고 야간에 열리는 것이 원칙이다. 결승전은 1,2차전을 펼치기로 돼 있다. 그런데도 올해 FA컵 결승전은 단판이다. 프로에서 3팀이 준결승전에 올라온 것을 감안하면 결승전은 홈&어웨이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작년 FA컵의 경우 결승에 진출한 팀이 프로팀이라 홈&어웨이 방식을 펼쳐 홈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 FA컵이 K리그가 끝난 후 열리면 프로팀들은 많은 문제점이 생길 수 있고, 내셔널리그나 아마추어팀 역시 다음 시즌 준비나 선수단 리빌딩이 늦어져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올해 FA컵 일정 변화는 이미 물 건너간 일이지만 내년 FA컵은 프로연맹 및 내셔널리그사무국이 충분히 협의한 뒤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내년 시즌에는 장기적인 대회 운영 플랜을 세워 권위도 살고 흥행에도 성공하는 대회로 거듭 나길 바란다.
김 종 환 중앙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학생들에겐 늘 ‘현실적이 되라’고 얘기한다. 꿈과 이상도 품어야 하지만 먹고 사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축구에서도 구체적인 문제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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