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일본에서 벌어지는 이번 경기들(FIFA클럽월드컵)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클럽월드컵에 도전하고 있는 퍼거슨의 맨유에 대해 잉글랜드대표팀 파비오 카펠로(62)가 강력한 경고음을 내고 나섰다. 카펠로는 클럽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원정 길에 오른 맨유가 결국 이번 클럽월드컵 때문에 시즌 무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유럽클럽챔피언 자격으로 일본까지 날아간 맨유 스쿼드는 18일 아시아클럽챔피언 감바 오사카와 준결승을 벌이고, 이길 경우 21일 요코하마에서 벌어지는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EPL)와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맨유로서는 살인적인 일정이 기다리고 있음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 때문에 시즌 초 퍼거슨은 EPL의 일정에 맨유를 배려하지 않은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이미 맨유는 UEFA컵 챔피언과 벌이는 슈퍼컵에 참가하기 위해 풀럼과의 경기를 연기해야만 했다. 결국 제니트에 슈퍼컵을 내줌으로써 퍼거슨의 우려는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번 맨유의 클럽월드컵 참가로 EPL 선두 리버풀로서는 승점을 9점까지 벌릴 수 있는 호기이자 맨유로서는 일본 원정 후 이번에 연기된 위건전을 비롯해 슈퍼컵 때 연기된 풀럼전 등을 빡빡하게 소화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로마, 유벤투스, AC밀란에서 선수생활을 한 카펠로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은 별 실속도 없는 타이틀을 위해 극동원정까지 감행한 맨유가 결국 이 부담으로 정작 중요한 EPL과 챔피언스 리그 타이틀 수성이라는 꿈을 접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영국에서 클럽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거의 제로라고 할 수 있다. 맨유의 클럽월드컵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맨유가 세계최고클럽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각 대륙의 클럽챔피언이 모여 왕중왕을 가리는 경기에서 유럽챔피언 맨유와 남미챔피언 에콰도르의 리가데퀴토가 준결승에 직행한 것 자체가 다른 대륙챔피언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FIFA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남미를 대표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클럽이 탈락하는 이변 속에 치러져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한 것도 사실이다.
설사 맨유가 클럽월드컵을 안고 돌아온다해도 정작 EPL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면 이번 시즌 맨유의 성적표는 낙제라고 매길 수밖에 없다. 이를 너무 잘 아는 카펠로는 맨유가 얻을 것은 별로 없고 잃을 것은 너무나 많은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특히 카펠로의 지적은 본인이 AC밀란, 레알 마드리드, 로마, 유벤투스에서 감독을 역임하며 겪은 비슷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더욱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1994년 바르셀로나를 4-0으로 대파하고 UEFA챔피언스 리그 타이틀을 거머쥔 카펠로는 당시 AC밀란을 현대축구에서 가장 위대한 클럽 중의 하나라는 찬사를 받게 한 주역이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세리에 A 타이틀 수성에 실패하고 리그 4위로 추락하는 쓴맛을 봐야만 했다.
카펠로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만으로도 톱 클럽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가진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감독이다. 카펠로는 현재 EPL에서 빅4가 대체적으로 부진한 면을 보이는 것도 챔피언스리그와 리그 타이틀을 놓고 벌이는 격렬한 일정이 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카펠로는 그렇지 않아도 큰 부담 속에 경기를 치러야하는 디펜딩 챔프 맨유가 클럽월드컵까지 참가함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특히 3개의 타이틀에 도전하는 맨유로서는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에 노출되어 있다고도 했다. 카펠로는 “나는 맨유가 놓여 있는 상황을 잘 압니다” 라며 그 심각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 자신이 두 번이나 겪은 것이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나도 일본에 갔었습니다. 맨유는 시차를 극복해야 하고 두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그들이 돌아와 이 모든 것을 극복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그들은 돌아와서 분명히 피곤함 속에 EPL에 임해야 합니다. 내 생각에는 이번 시즌 EPL은 지난 시즌보다 더 경쟁이 치열할 겁니다. 빅4외에도 애스턴 빌라 같은 좋은 팀도 있고요. 특히 챔피언스 리그에서 힘든 경기까지 벌여야 하는 클럽들에게 EPL은 더욱 험난한 일정이 될 겁니다. 챔피언스리그와 EPL경기를 모두 이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내가 너무나 잘 아는데 이것은 특히 강한 정신력을 요구합니다. 현재 빅4들의 많은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그들이 지쳐 있다는 증거입니다. 특히 정신적으로 말이지요.”
맨유는 현재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챔피언스리그 2연패의 달콤한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챔스리그를 두 번 연속 제패한 클럽이 없었다는 점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웅변해 준다.
또한 지금까지의 리그 성적을 놓고 볼 때 맨유는 선두 리버풀과 첼시에 이어 리그 3위로 새해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리버풀과 첼시보다 앞으로 더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일정상 불리함도 있다.
요크(영국) |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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