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의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와 일본의 닛코 기리후리 빙상장.
고양에서는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갈라쇼가 열렸습니다. 김연아 등 피겨 스타들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연기를 펼쳤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렸습니다. 관중이 비교적 많다고 하는 이곳이지만 이날 절반이 조금 넘는 관중이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두 경기 모두 빙판 위에서 벌어집니다. 하지만 경기장의 열기는 확연히 다릅니다.
한국과 일본의 피겨스케이팅 인기는 매우 높습니다. 지상파 TV는 주요 시간대에 중계를 합니다. 18세 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군포 수리고)와 아사다 마오(일본)가 인기몰이를 한 덕분입니다.
특히 한국은 김연아가 ‘없던 시절’과 ‘있는 시절’로 피겨 역사가 나뉠 정도입니다. 일본도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아즈카와 시즈카의 금메달 획득 이후 아사다가 피겨의 인기에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두 나라 모두 피겨 붐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같은 빙판 위에서 열리지만 아이스하키는 피겨스케이팅이 부러울 뿐입니다.
한국의 실업팀은 안양 한라와 하이원 2개에 불과합니다. 일본도 사정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한때 6개이던 팀은 이제 4개만 남았습니다.
인기도 피겨스케이팅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한국 일본 모두 경기장을 찾는 관중은 많지 않습니다. 지상파 TV는 물론 케이블 방송조차 꿈도 꾸지 못합니다. 김연아의 경기를 보던 한 아이스하키 선수는 기자에게 “왜 우리가 인기가 없나요”라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똑같이 비인기였던 두 종목이 지금은 한 종목은 인기 스포츠, 다른 한 종목은 비인기 스포츠가 됐습니다.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을 보고 곧이어 일본에서 아이스하키를 본 기자는 온탕과 냉탕을 오간 기분입니다.
하지만 두 종목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종목을 사랑하고 열심히 뛰며 땀 흘리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피겨가 빙판 위의 예술영화라면 빙판 위의 액션영화를 한번쯤 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요. 추운 겨울 움츠린 몸을 더없이 뜨겁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도쿄에서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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