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 김광현, 삼진모아 ‘통큰’ 선행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8시 39분


SK 김광현(20)은 직불카드 하나만 가지고 다닌다. 수입은 모조리 부모님에게 드린다. 올해 초 자동차를 구입한 것을 빼면 친구 만나서 밥 사주는 정도가 지출의 전부다.

그 돈을 대신 관리하는 부모님도 ‘광현이 통장’엔 손을 대지 않는다. “부모 돈이 아니라 언젠가 광현이에게 돌아갈 몫”이라 여겼기에 부동산이나 펀드에도 눈을 돌리지 않고 모아놨다. 덕분에 올해를 덮친 금융 대폭락도 비껴갈 수 있었다.

최근 김광현이 “아버지가 방앗간을 10년째 하시는데 차가 그대로다. (상금으로) 바꿔드리고 싶다”고 했지만 아직 결정을 못했다. 자식 돈에 쉽게 손이 못가는 천생 부모 마음이다.

이런 김광현이 근래 ‘목돈이 필요하다’고 부모님께 먼저 얘기를 꺼냈다. 집이 있는 경기도 안산의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을 내기 위해서였다. 원래 김광현은 탈삼진 1개당 5만원을 적립하는 프로모션을 펼쳤는데 이번 시즌 150개(전체 1위)의 삼진을 잡아내 750만원을 적립했다. 이렇게 마련한 성금을 김광현은 불우이웃돕기로 15일 안산시청에 쾌척했다. 자비 250만원을 더해서 1000만원을 채웠다.

이어 김광현은 모교인 안산공고에도 작은 성의를 보탤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 규모는 정하지 않았지만 야구용품이든 현금이든 기부할 생각이다.

김광현은 중학교 때부터 야구실력이 빼어나서 서울 소재 고교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원래 서울 출생인데다 어릴 적 팬이었던 LG에 입단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의 고교행이 유리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생 안산공고를 택했다. 중학교 친구들과 같이 진학하고 싶다는 순수한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도 김광현의 미니홈피엔 안산공고 시절 동료들과의 사진이 남아있다.

요즘 김광현은 속된 말로 ‘대세’다. 12일 서울 용산역에서 열린 자선바자에서는 30분만에 수십만원 어치를 팔았다.

올림픽 금메달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입어 연말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고, 연봉(4000만원)의 4-5배는 족히 될 상금과 보너스 등 부수입을 얻었다. 내년 연봉은 억대가 보장된 상태다. SK는 이홍범 트레이닝 코치를 통해 김광현의 연말 훈련을 맨투맨으로 체크하게 할 정도로 특별관리하고 있다.

약관의 나이에 김광현은 프로야구 최고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야구 실력뿐 아니라 아래와 주변을 돌아보는 시야까지 생겼다. 그 존재감이 더 커지는 느낌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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