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교 유망주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미 예상한 바지만 수요·공급의 불일치 속에 국내야구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우려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초특급 고졸선수들은 아직 국내프로야구나 일류대학팀을 선택하고 있지만 동등한 스카우트 싸움이 전개될 경우 ‘공룡’에 비유되는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싸움은 애초부터 상대하기 어렵게 된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전면 드래프트제도 때문에 국내구단들이 1차지명 대상자를 상대로 사전접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될 수 있다.
여기서 복잡한 아마·프로의 협정문제, 한일간 협정내용, 체결의사조차 없는 미국의 횡포를 모두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고 협정 내용을 위반할 경우에는 엄한 벌을 내려야 하는 점이다. 약속을 사문화시키는 행위가 적발되면 가차 없이 제재를 가할 때 협정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의미가 없다.
한 예로 내년도의 전면 드래프트를 8월 16일로 한다면 국내 스카우트들도 아마 선수들을 사전 접촉할 수 없게 된 규정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사전접촉도 제재를 가할 수 있고 일부 지도자들의 잘못된 관행도 바로 잡을 수 있다. 금년까지 1차지명이 6월 5일, 2차지명이 8월 16일이지만 규정기간 전 공공연한 접촉 자체도 이제 근절되어야 한다. 우리 구단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요구, 항의할 수 없지 않은가.
우리의 아마·프로야구계는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를 상대로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판단 속에 합의점을 찾으면서 학원스포츠의 스카우트도 정상화시켜야 된다.
물론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다. 그동안 수없이 제기되었지만 구단수를 늘리고, 사회인야구팀을 활성화시키면서 프로 입단을 못한 선수들의 일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하며, 공부하는 야구선수를 장기적으로 육성하면서 취업할 능력을 갖추게 하여 수요·공급의 불일치를 해결하여야 한다. 또 현실적으로 취업의 기회가 없는 고졸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정해진 약속에 따라 우리가 소화하지 못하는 선수의 진출을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만간 단장들의 윈터미팅이 개최된다. 구단이기주의에 빠져 장기적 안목보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결정은 않기를 기대해본다. 어떠한 제도든 쉽게 폐기하기보다는 쓸모 없는 이유를 발견하고 수정·보완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약속을 어기고 있는 관행과 학부모들의 긴 한숨소리를 생각하면 단장회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제도를 자주 바꾸는 자체가 모순이다. 정해놓은 원칙과 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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