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이승철의 몸살리고 장타치고]공이 안맞는 108번째 이유

  • 입력 2008년 12월 20일 02시 58분


이유없이 공 안맞으면 척추건강 체크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누구나 싱글 핸디캐퍼가 되길 원하고 TV에서 보는 프로들의 멋진 스윙을 따라하고 싶어 한다. 드라이버만 잘 맞으면 된다 싶더니 퍼팅이 무너지고, 퍼팅이 되면 어프로치가 문제다.

공 안 맞는 이유가 108가지라고 했던가. 부처님의 108번뇌처럼 이는 골퍼들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다. 그래서 그날 라운드를 망치고 나면 별별 이유가 다 나오게 된다. 기술적인 문제에서부터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댈 수 있는 이유는 다 동원된다. 결국 마지막 108번째 이유는 “오늘따라 이상하게 공이 안 맞네”다.

이렇게 자신이 좋은 성적을 못 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고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경우는 아마추어뿐만 아니고 프로 선수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아마추어든 프로 선수든 필자는 이럴 때 기술적인 문제 이전에 척추의 이상 유무를 진단해 보기를 권한다.

척추질환은 평소 소리 없이 조금씩 진행되므로 이미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더라도 환자 스스로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허리 통증은 없더라도 허리를 숙이고 돌리는 데 불편을 느껴 자신도 모르게 어드레스 자세에 변화가 오거나 스윙 플레인이 바뀌는 경우도 흔히 있다.

예를 들어 하루 중에도 전반 9홀 동안 잘 맞던 공이 후반으로 갈수록 좌측, 우측으로 제멋대로 날아가기도 하고 정확한 임팩트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자신은 방향을 바로잡고 섰는데도 불구하고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갈 때 척추질환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척추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망가져 그 일부가 신경을 눌러 통증을 일으키는 디스크 탈출증이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 척추질환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척추의 변형을 일으키거나, 순간적 압력 변화에 완충을 못하는 만성 디스크 변성증 등의 질환이 더 흔하다. 이런 경우 평소 큰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디스크가 서서히 망가져 어느 순간 체형의 변화와 함께 극심한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병이 있는데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척추를 중심으로 스윙이 이루어지고, 골프 스윙이 척추에 주는 부하량이 많은 만큼 골프가 척추 건강을 위협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골프 스윙에 있어 척추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척추질환을 조기에 찾아 치료한다면 자연히 스코어가 줄어들 것이고, ‘이상하게’ 공이 안 맞을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이승철 척추 전문 에스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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