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하루도 안돼 뒤바뀐 KCC 입장
얼마 전 ‘서장훈, 전자랜드 트레이드설’이 나왔을 때도 KCC는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정찬영 사무국장은 불화설이 나온 뒤인 18일 오후 7시께에도 “이번 일로 서장훈을 트레이드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19일 오전 11시께 KCC는 전자랜드에 먼저 전화를 걸어 트레이드를 타진했고 성사시켰다. 최형길 단장은 “서장훈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서장훈은 시즌 개막전부터 ‘10분, 15분 뛰면서 식스맨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고 얘기해왔다”고 갑작스런 트레이드 이유를 밝혔지만 이는 여러 가지로 궁색하다. KCC는 사실 이번 일을 잘 마무리, 서장훈을 계속 끌고 가고 싶어했지만 더 이상 그럴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예정된 파행, 막지 못한 KCC
‘골리앗’ 하승진이 입단하면서 서장훈까지 보유한 KCC는 시즌 개막전 동부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시즌 초반 5연승을 달릴 때만해도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연패를 거듭하면서 불협화음이 일었고, 출장시간이 부쩍 줄어든 서장훈이 끝내 반기를 들며 불화설이 결국 트레이드로 연결됐다.
서장훈과 하승진의 ‘불안한 동거’에 대해 일찌감치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 이들이 많았음에도 KCC는 대비를 하지 못했다. 최 단장은 “그런 일이 안 일어나길 바랐지만 기도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고 실토했다.
○문제점 노출한 허재 감독
‘농구 대통령’으로 불렸던 허재 감독은 화려한 현역 시절 명성과 달리 지도자로서 적잖은 약점을 노출해왔고, 이는 구단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뚜렷한 스타플레이어 하나 없이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모 팀 감독과 비교되기도 한다.
서장훈과 하승진, 두 카드를 하나로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이나 두 거인을 손에 넣고도 가드형 용병 대신 브라이언 하퍼, 칼 미첼 등 색깔 없는 포워드형 용병을 선택해 스스로 전술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 등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허 감독은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주변에서 이렇게 만들었다”며 언론에 아쉬움을 내비쳤지만 선수 장악력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천|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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