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주고 현찰 받은 셈”…최희암, 서장훈과 10년만에 한솥밥

  • 입력 2008년 12월 20일 08시 34분


“어음을 주고 현찰을 받은 꼴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최희암 감독의 웃음이었다. ‘농구대잔치’의 전성기를 이끌던 사제가 다시 뭉쳤다. 서장훈이 연세대를 98년에 졸업했으니 정확히 10년만이다. 90학번에 문경은(현 SK), 91학번에 이상민(현 삼성), 92학번에 김훈(은퇴)과 우지원(현 모비스)까지. 90년대 초반 연세대는 분명 강팀이었지만 실업최강 기아를 넘지 못했다.

최희암 감독의 분업농구가 진정 꽃을 피운 것은 93학번에 서장훈이라는 ‘대형독수리’가 가세하고부터다. 서장훈(207cm)은 당대 최고의 센터 기아 김유택(197cm)보다 10cm가 더 컸고, 한기범과는 신장이 같았지만 한기범이 갖지 못한 파워를 지니고 있었다. 결국 연세대는 신입생 서장훈이 가세한 93-94 농구대잔치에서 기아를 격침시키며 대학팀 최초로 농구대잔치 우승을 차지했다. 80년대 허재-강동희-김유택 트리오를 보유했던 중앙대도 달성하지 못한 위업이었다.

올 시즌 최희암 감독의 고민은 15년 전과 같았다. 탄탄한 외곽에 비해 골밑이 부실했다. 몇 년간 전자랜드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최 감독은 “명품 팀이 되기 위해서는 명품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강병현(192cm)이라는 보장된 어음을 손에서 놓고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연세대를 3번이나 농구대잔치 정상에 올려놓은 최희암-서장훈 콤비의 위력은 10년이 흘러도 여전할까.

인천|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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