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깜짝 도약한 주인공들]<1>프로야구 늦깎이 신인왕 최형우

  • 입력 2008년 12월 22일 02시 58분


신인상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는 최형우.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인상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는 최형우.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국 수영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마린보이’ 박태환, 완벽에 가까운 점프와 우아한 표정 연기로 세계를 홀린 ‘피겨 여왕’ 김연아, 세계신기록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 올해는 세계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인 스타 선수가 어느 해보다 많아 국민을 기쁘게 했다. 그러나 이들만큼 각광을 받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돋보이는 활약으로 데뷔 후 가장 기분 좋은 한 해를 보낸 선수들도 있다. 소속팀에서 쫓겨났던 설움을 딛고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한 프로야구 선수, 데뷔 후 3년 만에 첫 승을 신고해 올해만 6승을 거둔 프로 골퍼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선수들 이야기를 8회에 걸쳐 싣는다.》

7년차 ‘중고신인’… 수렁서 인생 역전홈런

삼성 2군 → 방출 → 재입단 & 화려한 부활 “이제 두려울게 없다”

올해 프로야구 신인상을 받은 최형우(25·삼성)에게 “내년 시즌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동안 신인상을 받은 선수들이 이듬해에 죽을 쑤며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 있다. 못해도 올해 정도 성적은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신인왕들이 겪는 2년차 징크스도 내년이면 8년차 ‘중고 신인’인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 전경기(126경기)에 나가 106안타, 19홈런, 71타점, 타율 0.276을 기록하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홈런과 타점은 팀내 1위. 못해도 이 정도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자신감이다.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물었다. “성격이 낙천적이기도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야구 잘한다’는 얘기를 들은 게 아니다”며 “바닥까지 떨어졌다 올라왔기 때문에 이제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 같은 게 생겼다”고 했다.

전주고를 졸업한 최형우는 2002년 신인 2차 지명 때 삼성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그러나 대부분 2군에서 지냈고 1군에서 뛴 건 2002년 4경기, 2004년 2경기가 전부다. 그것도 전부 대타로 나섰다. 그러다 2군에서도 필요 없는 선수로 찍혀 2005년 말 삼성에서 방출됐다.

당시 최형우는 자기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도 있는데 왜 자기가 방출돼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던 그는 상무 입단 테스트를 받지만 이마저도 떨어졌다.

하늘이 그를 도왔을까. 2005년 12월 때마침 경찰 야구단이 창단되고 그는 이곳에 입단해 병역의무를 대신하면서 야구를 계속했다. 그는 “여기서도 기회를 잡지 못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경찰야구단이 속한 2군 북부리그에서 2006년 11홈런, 44타점, 타율 0.344를 기록했고 2007년에는 22홈런, 76타점, 타율 0.391로 타격 3관왕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자 삼성이 재입단을 제안했다.

“내쫓을 때는 언제고 좀 잘한다 싶으니까 다시 오라는 걸 보고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 삼성 말고도 오라는 팀이 있었지만 그는 결국 삼성을 택했다. 친한 선수들이 있어 가장 빨리 적응할 수 있는 팀이 삼성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2군에서 지내다 쫓겨나기도 하면서 프로야구 선수가 야구를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았다”며 “못하면 방출하고 잘하면 다시 부르는 게 프로의 생리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30홈런, 90타점, 타율 3할대.’ 최형우가 밝힌 내년 시즌 목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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