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하루전에…KBO 내부의 적 있다?

  • 입력 2008년 12월 24일 08시 04분


①사장단 간담회, 유영구씨를 차기 KBO 총재로 추대(16일) ②KBO, 23일로 이사회 연기(17일) ③유영구씨 전격 사퇴(22일) ④KBO 이사회, 공전(23일).

프로야구 사장단이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차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추대한 16일부터 KBO 이사회가 소득 없이 겉돈 23일까지 일련의 사건들을 펼쳐놓으면 석연치 않은 인과관계가 발견된다. 묘하게 ‘대사’를 하루 앞두고 꼭 ‘일’이 터졌다. 속전속결 형태로 차기 총재 추대를 밀어붙이던 프로야구 사장단의 노력도 결과적으로 물거품이 됐다.

만장일치로 유 이사장 추대에 뜻을 모았던 사장단은 당초 18일 이사회를 열어 공식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사회는 돌연 23일로 연기됐다. 표면적인 연기 사유는 이사회 멤버인 KBO 하일성 사무총장의 모친상. 그러나 몇몇 구단 사장들은 17일 이사회 연기 소식을 접하고는 “뭔가 찜찜하다”며 개운치 않아했다. 이후 “총재 추대 전 사전협의 관행을 어겼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KBO 압박이 지속됐다.

유 이사장의 사퇴 시점도 여운을 남긴다. 사퇴 소식이 알려진 22일 야구계 모 인사는 “차라리 일찍 사퇴를 선언하지…”라며 입맛을 다셨다. 하루 전 사퇴 선언으로 23일 이사회는 ‘하나마나’가 됐고, 결국 유 이사장의 낙마를 유도한 배후세력이 시간을 벌게 됐다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유 이사장은 21일 오후 정치권 인사를 만난 뒤에야 사퇴를 결심했다.

여기에 묘한 소문도 돌고 있다. 전광석화 같은 사장단의 유 이사장 추대 움직임에 당황한 쪽은 정치권 뿐만 아니라 KBO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바깥에서 드리워진 ‘보이지 않는 손’의 미세한 떨림까지 용케 포착한 KBO가 정치권과 문체부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다.

23일 KBO 이사회에 참석한 모 구단 사장은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 이사회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며 자조했다. 사장단도 타격을 입은 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의 가닥이 잡히면 드러날 것이다. 이득을 본 쪽과 손해를 본 쪽이, ‘보이지 않는 손’과 ‘내부의 적’ 실체까지도.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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