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잊혀지긴 했지만 궉채이가 한 번 꿰찬 ‘간판 자리’는 굳건했다. 그 때문에 주니어 시절 궉채이와 1인자 자리를 다퉜고 시니어 무대에서는 명실공히 1인자 자리에 오른 우효숙(22·청주시청·사진)은 철저히 팬들의 관심에서 소외됐다. 그게 본인에겐 큰 아픔이었다.
“일신여중 3학년 때부터 한 살 적은 채이는 라이벌이었죠. 대회마다 1등을 놓고 다퉜어요. 그런데 제가 이길 때도 궉채이 위주로 (기사가) 나오는 거예요. 솔직히 선수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할 만큼 속상했어요.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그렇다는 게 더 속상하죠.”
기복이 심했던 궉채이와 달리 우효숙은 꾸준히 성적을 냈고 특히 시니어 무대에선 다른 선수들이 넘보지 못할 아성을 구축했다.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었다. 예성초교 3학년 때 취미 삼아 선수를 시작해 6학년 때 소년체육대회에 처음 출전했는데 출전 종목인 1000m에서 꼴찌를 했다는 것.
“그때 정말 펑펑 울었어요. 그 이후부터 이를 악물고 했던 것 같아요.”
우효숙은 인라인 팀이 강하기로 이름 난 예성여중에서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효숙을 곁에서 지켜보며 지금의 선수로 이끈 청주시청의 임재호 감독은 “심폐기능은 마라톤 선수를 해도 될 만큼 타고난 데다 정말 열심히 한다”고 평했다.
우효숙은 잦은 부상으로 고생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부상 때문이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 운영, 몸 관리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점점 잘 알게 됐어요. 올해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아요.”
우효숙은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대회부터 인라인롤러가 정식종목이 되는데 스피드 부문은 모두 6종목이 될 예정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