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소아암 환자돕기 환상적 공연… 관중 열광▼
가수처럼 노래를 불렀다. ‘댄스’ 가수처럼 춤을 췄다. 스포츠 스타의 어색한 장기 자랑이 아니었다. 성탄절 빙판 위의 김연아(18·군포 수리고)는 완벽한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였다.
스포츠 스타는 경기장에서 빛난다. 치열한 경쟁과 터질 듯한 긴장이 있어야 빛이 더한다.
에인절스 온 아이스 2008이 열린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실내링크에는 경쟁도, 긴장도 없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5000여 관중의 환호 속에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빛났다.
빼어난 노래 실력을 보여준 김연아는 다시 공연 의상을 입고 빙판 위에 섰다. 이번에는 남자 싱글 세계 랭킹 4위인 조니 위어(24·미국)와 함께였다. 가수 비의 히트곡 ‘카시오페아’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애절한 사랑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박진영의 노래 ‘허니’의 흥겨운 가락에 맞춰 위어와 티격태격 다투는 연인의 모습을 연출해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리틀 연아’ 윤예지(과천중)가 손담비의 ‘미쳤어’에 맞춰 의자 춤을 추며 댄스 가수 공연장 같았던 실내 링크는 위어와 김연아의 정통 피겨 연기가 이어지며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김연아가 ‘쇼’를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예약 판매 46분 만에 매진된 티켓 수익금으로 병마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스폰서인 KB국민은행의 기부금까지 포함해 이날 모인 돈은 모두 1억4363만7000원. 이 돈은 고려대병원, 가톨릭대 성모병원 엔젤병동, 국립암센터, 적십자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희귀병 및 소아암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김연아는 남들이 갖지 못한 재능 덕분에 스타가 됐다. 그리고 성탄절날 그 재능을 남을 위해 아낌없이 썼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 대신 스케이트에 몸을 맡긴 김연아는 최고의 산타클로스였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축구스타들, 소년소녀가장돕기 골-세리머니 선물▼
섭씨 영하 0.5도, 체감온도 영하 5.7도의 추운 날씨도 사랑을 전하기 위해 모인 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가 아닌데도 산타 모자를 쓴 팬들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입장했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홍명보장학재단 주최 자선 축구경기인 하나은행과 함께하는 셰어 더 드림 풋볼매치 2008.
소아암 환자와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데 축구 스타들과 1만5000여 팬은 하나가 됐다.
팬들은 하프타임이 되자 전반에 희망팀으로 뛴 개그맨 이수근 씨의 사회로 장애인 어린이 합창단 에반젤리 단원들과 함께 ‘3만 명 캐럴 부르기 기네스북 세계기록 도전’에 동참했다.
어린이 팬을 다수 포함한 관중은 추운 날씨에도 루돌프 사슴코를 시작으로 8곡을 15분 이상 연속으로 불러야 하는 특별 이벤트를 열심히 따라해 축구 스타들의 사랑 전하기에 뜻을 같이했다.
기네스북 한국기록원은 영상 분석을 통해 정확한 수치를 계산하고 검증 절차를 거쳐 세계 기록 인증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세계 기록은 지난해 11월 미국 시카고의 한 라디오 방송국 주최로 열린 단체 캐럴 부르기 행사에서 수립된 1만4750명.
축구 스타들은 팬들의 따뜻한 응원에 많은 골과 다양한 세리머니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사랑팀에 선제골을 선사한 이호(제니트)는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엎드려 수영 자유형을 하는 올림픽 세리머니를 펼쳤고 사랑팀 두 번째 골을 넣은 정조국(FC 서울)은 역도하는 동작으로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희망팀 이근호(대구 FC)는 첫 골을 터뜨린 뒤 벤치에 있던 기성용(서울)을 불러내 기성용의 트레이드마크인 캥거루 세리머니를 함께했다. 사랑팀이 4-3으로 이겼지만 선수나 팬들에게 승패는 의미가 없었다. 축구 실력을 과시하며 웃음을 선사한 이수근 씨는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한편 이날 사랑팀으로 뛰려던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24일 조기 축구 때 왼쪽 발목을 다쳐 출전하지 못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희망팀 선발로 출전해 11분을 뛰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