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8할 - 농구 9할 승률 ‘보일락 말락’

  • 입력 2008년 12월 27일 02시 59분


《미국프로농구 보스턴 셀틱스의 무패 행진이 26일 막을 내렸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보스턴에 무릎을 꿇었던 LA 레이커스가 20연승을 가로막았다. 팀 역대 최다인 19연승을 기록한 보스턴은 27승 3패가 됐다. 전날까지 0.931이었던 승률은 3푼 이상 떨어졌지만 여전히 9할(0.900)이다. 장기 레이스를 하는 프로리그에서 9할 승률은 경이로운 일이다. 각종 프로 스포츠의 정규시즌 최고 승률은 얼마나 될까. 승률의 세계를 알아본다.》

프로경기 정규리그 최종승률 어디까지…

‘구기 종목은 도구를 사용하고, 공이 작을수록 이변이 많다’는 말이 있다. 이변이 많다는 건 객관적인 전력이 강하더라도 승률을 높이기 힘들다는 얘기다.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인 야구(MLB), 농구(NBA), 아이스하키(NHL), 미식축구(NFL).

메이저리그에서 양대 리그가 정착한 1901년 이후 정규시즌 최고 승률은 1906년 시카고 컵스의 0.763이다. 100년이 넘는 동안 7할 승률은 10번밖에 안 나왔다. 아이스하키의 경우 82경기 체제가 정착된 이후 최고 승률은 1995∼1996시즌 디트로이트 레드윙스가 세운 0.756으로 역시 8할을 넘지 못했다. 야구공은 지름 7.23cm, 무게 145g 안팎. 아이스하키 퍽은 지름 7.62cm, 무게 170g. 두 종목 모두 공이 작고 도구를 사용한다.

○ 국내 리그선 야구가 승률 가장 낮아

반면 공이 크고 도구를 쓰지 않는 농구와 미식축구의 최고 승률은 훨씬 높다.

농구의 최고 승률은 1995∼1996시즌 시카고 불스가 세운 0.878. 당시 시카고에는 ‘3맨’ 슈퍼맨(마이클 조든), 배트맨(스코티 피펜), 로드맨(데니스 로드맨)이 있었다. 미식축구는 몇 걸음 더 나간다. 리그 출범 원년인 1920년 애크런 프로스가 8승 3무, 승률 100%로 정규시즌을 마쳤고 2007시즌에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16전 전승을 거뒀다. 미식축구의 경기 수가 워낙 적어 다른 종목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공 크기와 도구 사용 여부에 대한 속설은 어느 정도 들어맞는 셈이다.

국내 주요 프로리그 역시 야구의 최고 승률이 가장 낮다. 1985년 삼성의 0.706이 최고 기록. 남자 농구는 1997시즌 기아가 0.762를 기록했지만 경기 수(21)가 적었다. 지금처럼 54경기를 하면서 가장 높은 승률을 작성한 팀은 2003∼2004시즌의 TG삼보(0.741)다. 여자 농구는 1998년 여름 리그에서 삼성생명이 8할(0.875)을 기록했지만 8경기(7승 1패)에 불과했다. 40경기를 치르는 올 시즌에는 26일 현재 신한은행이 0.875(21승3패)로 꿈의 9할 승률을 노리고 있다.

○ 타이거 우즈 통산 승률은 0.293

9할 승률이 꿈이라면 5할 승률은 현실이다. 국내 프로리그 감독들은 ‘반타작 승부’를 입에 달고 산다. 절반만 이기면 우승은 못해도 대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남자 농구에서 역대 12시즌 동안 5할 승률을 채우고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사례는 2005∼2006시즌 KT&G(0.500), 2007∼2008시즌 전자랜드(0.537)뿐이다. 프로야구도 4강 마지노선은 승률 5할 안팎에서 갈린다. 4강 싸움이 유난히 치열했던 올해 한화는 승률 0.508로 삼성에 0.008 뒤져 가을 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개인 종목이지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승률은 주목할 만하다. 우즈는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6개 대회에 출전해 4승을 했다. 우승 확률 0.677이다. PGA투어에서 65승을 거두며 기록한 통산 승률은 0.293. 투어 최다승(82승) 보유자인 샘 스니드(0.194·미국)보다 1할 가까이 높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우즈보다 승률이 낮았던 경우는 1982년 삼미(0.188)를 포함해 네 번이나 된다. 골프는 공이 아주 작고 도구를 사용하는 데다 200명 가까이 겨루는 종목이다. 그나마 팀워크가 필요 없다는 것이 이변 가능성을 줄여준다.

최고 승률이 화제가 된다는 건 어느 한 팀이 독주한다는 것. 리그 전체에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기록으로 먹고사는 스포츠 세계에서 ‘역대 최고’가 나온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올해 보스턴 또는 신한은행이 ‘꿈의 9할 승률’을 넘을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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