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서희경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결산하면 이런 영화라도 나올 만하다.
‘필드의 패션모델’ 서희경(22·하이트)은 2006년 데뷔 후 올 상반기까지 46개 대회에서 무관에 그치다 하반기 12개 대회에서 50%의 놀라운 승률을 보였다. 3주 연속 우승을 포함해 시즌 6승에 상금 6억 원을 돌파한 그는 연말이 바쁘기만 하다.
“예전에는 늘 KLPGA 시상식을 집에서 TV로 보며 속이 상했거든요. 올해 목표가 일단 시상식에 당당히 가보자는 것이었는데…. 복이 터졌나 봐요.”
최근 20군데 넘는 신문, 방송, 잡지 등의 인터뷰에 응한 그는 이달 중순 KLPGA 시상식 무대에서는 댄스곡 ‘노바디’ 공연을 펼치며 인기상의 주인공도 됐다. 하이트와 연말 계약이 만료되지만 재계약으로 ‘대박’까지 터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못 해봤던 것들을 너무 많이 해서 큰 추억이 될 것 같아요.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게 됐고요.”
주위에서는 그를 신데렐라로 표현했지만 서희경은 우승이 없었을 뿐 해마다 계단을 올라가듯 실력을 쌓은 끝에 전성기를 맞았다.
워낙 눈부신 성적을 거뒀기에 내년 시즌을 앞둔 부담도 크다.
그래도 그는 21일 중국에서 끝난 KLPGA투어 내년 시즌 개막전인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에서 훈련 부족에 허덕이고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첫 단추를 무난히 꿰었다.
서희경은 “행사와 인터뷰가 많아 운동을 거의 못했어요. 체중도 3kg 줄고 근육도 다 빠져 동계훈련 동안에는 체력 보강에 치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월 초 싱가포르로 출국해 4주 정도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고 20야드 정도 줄어든 비거리를 다시 늘리는 연습을 위주로 동계훈련을 한 뒤 유럽투어 ANZ 레이디스마스터스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SBS오픈에 출전할 계획이다. 국내 상금 2위 자격으로 메이저대회를 비롯한 미국투어 대회에도 5차례 초청될 것으로 보여 그에게는 더 큰 세계를 향한 도전의 문이 열린 셈.
서희경은 “2008년은 정말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이제 다 잊어버리고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