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는 “연말에 너무 바빠 개인훈련을 하나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강민호는 매년 12월에 고향을 찾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제주행 비행기에 오를 시간조차 없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딴 데다 롯데가 8년 만에 4강에 진출한 터라 ‘마스코트’ 강민호를 찾는 곳이 너무 많았다. 부산지역 초등학교와 대학교에 일일 강사로 나선 것은 물론 각종 기념식에 얼굴을 비췄다. 마음 약한 강민호가 구단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한 탓. 또 선배 손민한으로부터 ‘사랑의 산타’ 자리까지 물려받았다. 여기에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비롯한 각종 야구 관련 행사까지 이어졌으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운동할 시간도 없다”며 울상을 지을 만도 하다. 야구 시즌은 10월에 끝났지만, 강민호의 강행군이 마무리된 건 불과 사흘 전이었다.
집 근처 헬스장에서 틈틈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오긴 했지만 스스로도 ‘이래선 안된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결국 어렵게 제주에서의 휴식마저 포기했다.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된 부모님은 서운함을 감춘 채 “운동이 중요하니 어쩌겠냐”며 체념했다고.
하지만 강민호도 마냥 의욕에 넘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연봉 협상이 연일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산에 오른다”며 짐짓 웃어보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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