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프로선수에 대해서는 기준만 잘 정하면 개인의 플레이를 얼마든지 점수화할 수 있다. 점수화가 가장 용이한 편인 프로야구 같으면 단타가 1점이면 4루타인 홈런은 4점이고, 같은 안타라도 주자가 있을 때는 2배로 정했다면 곱하기 2를 하는 식이다.
구단 또는 감독이 추구하는 팀 컬러에 따라 평가항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프로야구의 경우 수백 가지 항목을 객관적인 수치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보상은 개별선수가 취득한 점수를 전선수가 취득한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전체 연봉에서 비례 배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단, 계약기간이 끝나 선수의 신분이 변하게 되면 별도의 보상이 주어질 수 있지만 고용된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의 질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상대적으로 객관적일 수 있다는 게 다른 분야와의 차이다.
여름종목이 지금 평가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장황하게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얼마 전 ‘프로야구선수의 사인 거래’라는 기사를 보고 옛날에 있었던 재미있는 해프닝이 떠올라서다. 지금은 있는지 모르지만 내가 선수평가업무를 맡고 있을 때 상대방 사인을 간파한 선수에게 플러스 점수를 주는 고과항목이 있었다.
2루에 나간 주자가 상대 투·포수가 주고받는 사인을 간파해 투수가 던질 구질이나 코스를 타석의 타자에게 전달해 타자가 안타를 치면 두 선수에게 가산점을 주는 항목이었다. 동네야구만 해봤지 그런 고급 플레이를 구경한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 항목만큼은 전적으로 두 선수가 상대팀 암호해독에 성공했다는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3시간 경기 보고 또 3시간 비디오로 복습을 반복하던 어느 날 두 선수의 위증 한건을 적발한 적이 있었다. 2루에 나간 선수는 상대방 사인을 변화구로 해독했고 타자는 그걸 접수해 결승타를 쳤다는 주장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변화구가 아니었다. 재차 비디오로 빠른 공임을 확인한 뒤 두 스타플레이어 선수에게 물증을 들이대고 가산점을 반납 받고서는 대단한 사건을 파헤쳤다는 듯이 혼자 뿌듯해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바꾸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필요 없었다. 좀 지나 포수가 달라는 대로 던지고 싶어도 못 던지는 투수가 태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야구선수의 사인 거래는 사건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