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의 스포츠 비즈] 야구의 심오한 이치들

  • 입력 2008년 12월 29일 08시 42분


“F=ma 혹은 E=mc².”

“때로는 전술적 후퇴도 필요하다.”

“들 숨 날 숨.”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如是行乞 乃可取食).”

토요일 오후 같은 곳에 몸 담았던 이들이 우연히 만난 한자리에서 나온 답변이었다.

첫째는 야구선수가 배트를 짧게 잡고 치는 것과 길게 잡고 치는 것이 타구 비거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데 대한 답변이었다.

힘이 있어야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는데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다. 그래서 배트를 짧게 잡으면 작은 반경의 스윙을 할 수 있으니 배트 스피드가 빨라져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즉답이 나왔다. 요즘 선수들이 체력훈련을 중시하는 것은 질량을 키운다는 의미가 있다는 명쾌한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두번째는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걸러 내보내는 투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었다.

선두타자에게 볼넷이라는 공짜를 주고 싶은 투수는 없다. 아마 몸이 덜 풀려 공을 스트라이크존으로 못보내 그럴 것이다. 다만 특이한 케이스지만 도루왕 타이틀에 욕심을 부리는 선두타자가 팀내 고참이고 다음타자가 후배일 때 의도적으로 걸러 내보내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다음타자는 욕심 있는 선배에게 도루를 성공시킬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에 공 몇개는 기다리는데 그 과정에서 주자를 잡을 기회가 온다. 그럴 경우에는 본인들이 눈치 못채게 볼넷을 주기도 한다.

세번째는 타구 비거리와 연관된 것인데 질량이나 가속도도 있지만 호흡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람 몸이 외부로부터 하중을 받을 때 숨을 내쉬면서 받는 것과 들이쉬면서 받는 것에 체감 충격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타자가 숨을 내쉬면서 공을 때리면 힘이 더 실리지 않겠느냐는 이론이다.

네번째는 볼 컨트롤이 안 되기로 역대 투수들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던 사람의 정신력에 관한 체험담이었다.

자신은 빠른 공 던지는 데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지만 공이 손가락만 떠나면 제멋대로 갔다. 그런데 어느 날 ‘일을 안 하면 먹을 자격이 없다’는 큰 스님의 말을 ‘투수가 못 던지면 먹을 자격이 없다’라고 해석한 한 친구의 말을 듣고부터 공이 제대로 가더라는 말로 정신력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야구계에 몸 담고 있는 코치들과 함께 했던 이 자리는 스포츠에 얼마나 심오한 이치가 담겨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세계 야구강국들을 꺾었던 올림픽 금메달 종목 지도자의 저력을 알게 해준 유익한 대화였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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