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는 없다” 천적들의 반란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모든 경기를 이길 수는 없다. 이길 때가 질 때보다 많으면 강팀이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과 상관없이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상대가 있다. 바로 천적이다. 프로농구는 29일 현재 전체 일정의 절반 가까운 122경기(45.2%)를 소화했다.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 동부와 9위에 그쳤던 모비스가 공동 선두다. 지난해 동부는 11경기 만에 전 구단 상대 승리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동부와 모비스는 24경기를 하고도 못 이긴 팀이 있다. 전 구단 상대 승리 팀이 나오는 데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기게 됐다.》

프로농구 순위 싸움 더 치열해진 까닭은

동부는 삼성만 만나면 맥을 못 췄다. 2차전에서는 3점 차로 아쉽게 졌지만 1차전은 17점 차, 3차전은 50점대 득점에 머물며 23점 차로 무너졌다. 삼성은 지난 시즌 동부에 2승 4패로 뒤졌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모비스의 천적은 오리온스다. 1차전에서는 연장 승부를 했지만 2, 3차전은 1쿼터만 빼곤 오리온스가 주도권을 잡았다.

3위 KT&G는 자신보다 상위 2팀에는 전패했지만 하위인 삼성, 오리온스, KTF에는 전승을 거뒀다. 천적 관계라기보다 순위에 충실했던 셈이다.

최하위 KTF는 세 팀에 3전 전패하는 등 18패를 하면서도 유일하게 2연승을 거둔 팀이 있다. 바로 모비스의 천적 오리온스다. 10위가 5위를, 5위는 1위를 만나면 순위와 상관없이 기가 살았다.

그렇다면 KTF는 모비스에도 강할까? 그렇지는 않다. 두 팀은 1승 1패다. 천적은 대개 두 팀 사이에 형성된다.

천적의 실체는 있을까?

김태일 Xports 해설위원은 “특정 팀을 만나면 희한하게 자기 팀의 장점을 살리지 못할 때가 있다. 상대가 전술을 파악하고 대비한 부분도 있지만 심리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팀의 키 플레이어가 매치 업 상대에게 주눅이 들어 평소처럼 활약하지 못한다면 다른 선수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라운드까지 하위권을 맴돌면서도 동부에는 연승을 했던 삼성 안준호 감독은 “동부의 일정이 빠듯하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만났다”고 겸손해하면서도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맥없이 무너졌던 게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올 시즌은 전력 평준화로 유례없는 순위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김 위원의 전망처럼 지난 시즌 122경기를 했을 때 6.5경기 차였던 선두와 6위(공동 5위) 팀의 승차는 3경기에 불과하다. 절대 강자를 허락하지 않는 천적 덕분에 프로농구가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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